"건설업계의 구조적 모순이 해결되지 않으면 제2의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참사가 또다시 찾아올 수 있습니다"
잇단 대형 사고에 대한 자성을 촉구하며 2000년 건설업계 종사자, 대학교, 시민단체 등이 발족시킨 건설교통연대 문명훈 사무처장은 성수대교 붕괴사고 12주년(21일)을 이틀 앞둔 19일 "우리 건설업계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진단했다.
문 사무처장은 성수대교 붕괴 원인으로 당시 만연했던 부실공사 풍조와 소홀한 유지 관리를 꼽은 뒤 "잦은 대형 붕괴사고로 경각심이 높아져 부실공사는 서서히 자취를 감춰가고 있지만 사후 관리는 아직도 크게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공업체가 감리업체를 선정하는 지금의 책임감리제도에서는 감리업체는 건설사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된 감리를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사무처장은 건설업계의 구조적 모순이 시민 안전을 위협할 뿐 아니라 건설노동자의 생계마저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건설업체가 난립한 상황에서 기술경쟁력이 아니라 입찰가격에 의해 공사 낙찰 여부가 결정되다 보니 건설업체가 가격이 고정된 원자재비는 줄이지 못하고 노동자의 임금만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문 사무처장은 "설상가상으로 건설업계에 만연한 불법 하도급 구조가 현장 노동자의 숨통을 더욱 옥죄고 있다"며 "지난 여름 한 명의 목숨을 앗아가면서 온 나라를 뜨겁게 달궜던 포스코 사태는 이런 모순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정부는 하도급이 불법이라면서도 뒷짐만 지고 있을 게 아니라 조직화하지도 못하고 인력시장에 내팽개쳐진 일용직 노동자를 건설사가 직접 고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토목학을 전공한 문 사무처장은 한국도로공사에 입사한 뒤 건설현장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눈으로 확인하고 건설교통연대 활동에 합류했다. 지금은 도로공사 노조위원장도 맡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