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신동승 부장판사)는 20일 국민은행이 중부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법인세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피고는 삼성생명 주식 관련 법인세 41억여원의 부과처분을 취소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삼성그룹이 1998년 삼성자동차 정리와 관련해 채권금융기관의 손실을 보상해 주기 위해 삼성생명 주식 2만여주를 증여하자 원고는 1주당 33만원으로 결정해 익금(益金)으로 회계처리하고 법인세를 신고했는데 피고는 이 주식에 1주당 70만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보고 차익에 세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주식의 1주당 가액이 70만원이라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당시 삼성측이 주식 처분대금이 1주당 70만원보다 부족할 경우 부족액을 추가증여 등으로 충당·보전해 주기로 했지만 어떤 부분을 추가로 보전 받을지가 확정돼 있지 않으므로, 그로 인한 이익을 산입할 방법이 없다. 그렇다고 주식을 1주당 70만원으로 평가해 계상한다면, 이후 취득하게 될 이익을 회계처리 할 방법이 없거나 이중으로 익금산입하는 결과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원고를 비롯한 채권기관은 보전약정에 따른 추가 보전이 이뤄지지 않은 이상 증여 당시 삼성생명 주식의 객관적 시가만을 자산수익으로 계상하면 되는 것이고, 추가출자 등이 실제 이뤄질 때는 그에 따른 세무처리를 하면 된다. 따라서 피고의 삼성생명 주식 과세는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한편 재판부는 '삼성생명 주식 1주당 70만원'이라는 평가에는 여러 견해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판부는 "이건희 회장이 1999년∼2001년 삼성차 협력업체 및 퇴직 임직원 등에게 1주당 70만원의 처분대금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삼성생명 주식을 증여했지만, 이는 업체나 직원들의 손해를 보상하는 의미가 포함돼 있는 한정된 거래이고, 삼성차 사채 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고안된 특수거래이므로 이 가격이 정상적 거래에 의해 형성된 주식의 교환가치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16개 채권금융기관 중 7개 금융기관만 주당 70만원으로 평가했고 대다수인 9개 채권기관은 70만원 미만으로 평가한 점, 국민은행이 삼성생명 주식을 제3자에게 양도할 경우 제3자는 삼성측에 보전약정에 따른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삼일회계법인은 2000년 공적자금보고서에서 삼성생명 주식을 29만1천원으로 평가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