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화탄소 소량 노출돼도 인체에 치명적
일산화탄소 중독 피하려면 주기적 환기 필요
◆…텐트 내부 밀폐 실험 사진=연합뉴스
추운 날씨로 인해 텐트 안에서 불을 피웠다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 11일 경기 여주시 한 캠핑장에서 50대 부부가 텐트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텐트 안에는 숯을 피운 흔적이 있는 화로대가 발견됐다. 하루 뒤인 12일에도 충북 영동군 황간면 한 캠핑장 텐트 안에서 일가족 3명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텐트 내부에는 역시 숯불을 피운 흔적이 있었다.
소방청이 지난해 발표한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 통계'에 따르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119에 신고 된 사고는 2019년~2021년간 총 471건이다. 이중 차량·텐트 내 일산화탄소 사고는 123건으로 26%를 차지했다.
일산화탄소는 무색·무취·무미로 사람이 인지할 수 없다. 일산화탄소는 헤모글로빈과 결합하는 힘이 산소보다 200배 강하다. 일산화탄소를 흡입하면 헤모글로빈이 산소가 아닌 일산화탄소와 결합해 소량에 노출만 돼도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일산화탄소 중독 증상은 초기에는 두통이나 어지러움, 메스꺼움으로 시작해 구토, 호흡곤란, 손발저림, 전신쇠약 증상으로 이어진다. 증상이 심해지면 깨워도 자꾸 자려 하거나 정신을 잃고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강원특별자치도소방본부는 24일 춘천소방서에서 6인용 텐트 안에 숯, 장작 등 난방기구를 설치했을 때 변화하는 일산화탄소 농도를 확인하는 실험을 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텐트 안에 숯이 담긴 화로를 넣고 천막을 내리자 1분도 채 되기 전에 텐트 내부에 설치한 경보기가 요란하게 울렸으며 10분 만에 일산화탄소(CO) 농도가 1999ppm을 넘어섰다.
가스안전공사의 '일산화탄소 농도별 인체 영향' 자료에 따르면 ▲정상 농도인 20ppm~200ppm은 2∼3시간 내 가벼운 두통 발생 ▲800ppm 이상은 45분 만에 두통, 매스꺼움, 구토 증세· 2시간 내 실신 ▲1600ppm 이상은 2시간 내 사망 ▲3200ppm 이상일 경우 30분 이내 사람이 사망할 수 있다.
일산화탄소 중독을 예방하려면 주기적으로 환기를 시키면 된다. 실제로 이번 실험에서 텐트의 창문을 열고 환기한 결과 이산화탄소 농도는 점차 줄어들어 300ppm 이상 올라가지 않았다. 불에 탄 장작을 화로에 넣고 환기한 결과 5분이 채 되기 전에 농도가 20ppm 이하로 떨어졌다.
권혁범 강원도 예방안전과장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작은 행동이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며 "캠핑 시 환기를 하고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설치해달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