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곳곳에서 조기에 대선 국면으로 진입할 징후들이 포착됨에 따라 당장은 유력주자가 아니지만 언제든 대권경쟁에 가세할 수 있는 잠재적 후보군, 이른바 '잠룡'들이 물 위로 몸을 드러낼 채비에 나서는 것.
10.25 재.보선 참패 이후 정계개편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열린우리당의 경우, 아직 유력 대권주자군이 형성되지 않은 상황과 맞물려 당을 사분오열의 위기에서 구할 적임자를 자임하면서 '새 판짜기'의 대안세력으로 부상하기 위한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박근혜(朴槿惠) 이명박(李明博) 손학규(孫鶴圭) 등 이른바 '빅3' 유력 대권주자군이 확정된 한나라당내에서도 몇몇 소장파 등을 중심으로 "현 구도에 안주하면 대선 필패"라는 말이 나돌며, 제3 후보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당의 경우 가장 본격적으로 행보를 시작하고 있는 인물은 법무장관 출신의 천정배(千正培) 의원. 천 의원은 28일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목포 방문에 동행한 데 이어 29일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생개혁세력 대결집'을 기치로 본격적 행보에 나설 예정이다.
영남 출신 가운데는 김혁규(金爀珪) 전 최고위원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최근 부산, 경남 지역 인사들과 잦은 접촉을 갖고 이들로부터 적극적인 출마권유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김 전 최고위원은 "내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며 '차기 출마'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연말 당 복귀설이 나도는 정세균(丁世均) 산업자원부 장관, 유시민(柳時敏) 보건복지부 장관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잠룡 그룹의 일원이다.
원내대표 시절 의장을 겸해 당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 정 장관의 경우 "신당에 관한 이야기가 있으면 사표를 던질 것"이라는 게 주변 의원들의 전언이고, 장관 업무에만 전념하겠다며 내년 대선과는 거리를 두고 있는 유 장관은 우리당이 분화될 경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정치적 자산을 계승하는 정파를 이끌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또 여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와 강렬한 인상을 남긴 강금실(康錦實) 전 법무장관, 정운찬(鄭雲燦) 전 서울대 총장, 아름다운 재단 상임이사인 박원순(朴元淳) 변호사 등도 범여권의 잠룡으로 꼽힌다.
한편 대선후보 경선 구도가 어느 정도 정리되고 있는 한나라당의 경우 소장파의 대표주자인 원희룡(元喜龍) 의원이 이르면 오는 12월께 경선 도전을 공식화할 것으로 전해졌다.
원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여러가지 상황의 필요에 대해 일단 준비는 돼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면서 "경선 방식에 있어서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 막연한 비전이 아닌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정책공약 중심의 행보를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또 김태호(金台鎬) 경남지사 역시 지역 인사들을 중심으로 출마를 권유받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원내에서는 3선의 권오을(權五乙) 남경필(南景弼) 의원을 비롯해 재선그룹의 권영세(權寧世) 박 진(朴 振) 임태희(任太熙) 의원 등도 잠재적 '잠룡' 그룹으로 거론되며 당내 경선구도의 추이를 예의 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