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위기 '7급'.. 하위직만 맴돌다 퇴직?

한때 '귀한 7급'이라 불렸던 국세청 7급 공채 출신들이 고위직에서 '멸종' 위기에 처했다. 출발선부터 남다른 고시 출신과 끈끈한 단합력으로 똘똘 뭉친 세무대 출신들의 틈바구니에서 전혀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우선 국세청 고위공무원 가급(1급)과 나급(2급) 41명(파견자 5명 포함) 중에서 7급 공채 출신은 윤종건 대구지방국세청장(1966년·경남 창녕·경성대) 단 1명이다. 1966년생으로 국세청의 독특한 퇴직 셈법(2년 조기명퇴)에 의하면 내년 명퇴가 예상되고 있다.

윤 청장의 바통을 이어받을 수 있는 자원인 부이사관(3급) 7급 공채 출신은 이준희 성동세무서장(1965년·전북 고창·방통대)과 김승민 서울청 징세관(1969년·충북 옥천·한양대) 등 단 2명. 이준희 서장은 1965년생으로 이달 말 명퇴가 확실시되고 있어, 사실상 올해가 지나면 1명만 남는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다. 국세청 내 부이사관은 총 25명(파견 포함). 고시 출신이 17명으로 가장 많고, 세무대 출신은 6명이 포진해 있다.

부이사관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유일한 통로로 불리는 '본청 과장' 중에서도 7급 공채 자원들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일례로 최근(11월) 있었던 부이사관 승진자 명단에 7급 공채 출신은 아무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행시 출신(3명)과 세무대 출신(2명)이 승진 자리를 양분했다.

본청 과장 가운데 부이사관 승진에 그나마 가까운 것으로 평가받는 7급 자원은 최영호 빅데이터센터장(1968년·강원·강원대), 김기영 부가가치세과장(1968년·부산·서울대), 김용재 자본거래관리과장(1970년·전북·서울시립대), 김휘영 대변인(1971년·강원 춘천·강원대).

최영호 센터장과 김기영 과장은 둘 다 1968년생으로 갈 길이 바쁘다. 최영호 센터장은 2021년 7월 본청에 입성한 후 2년 넘게 근무하고 있으며, 작년 1월부터 본청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기영 과장도 곧 2년을 꽉 채우게 된다. 김용재 과장은 작년 7월 본청에 입성했으며, 김휘영 대변인은 올해 7월부터 본청에서 근무하고 있어, 이른 시일 내에 승진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 있던 서기관(4급) 승진 인사에서도 7급 출신들은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올해 상반기 21명(전산직 제외), 하반기 18명 등 총 39명의 서기관 승진자 중에 7급 공채 출신은 총 6명이었다. 세무대 출신이 25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행시 6명, 9급 1명 등으로 나타났다.

이에 국세청 안팎에선 7급 공채 출신들의 본청 기용을 확대해 승진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직원들의 사기 문제는 물론, 세무직 공무원 시험의 커트라인이 최근 들어 바닥을 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국세청 관계자는 "7급 또는 9급 공채 출신들이 고위직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신입 직원들은 입사할 때부터 아예 승진을 포기하고 업무도 소홀히 할 가능성이 높다. 직원 사기 문제에도 큰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이런 소문이 확산되면 국세청에서 근무하고 싶어 하는 인원도 줄어들고, 그 영향으로 시험 커트라인도 계속 최하위권을 맴돌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직원은 "이미 늦은 것 같지만, 지금이라도 7급 공채 출신들이 고위직에 입성할 수 있는 사다리를 놓아야 한다"며 "능력 있는 7급 자원을 본청에 적극적으로 기용해 승진자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