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아파트 실수요자들과 시민단체, 국세청 등의 말을 들어 보면 사정은 전혀 딴판이다. 최근 아파트 고분양가 관련 제보가 줄을 잇고 있으며 신빙성이 높은 제보들을 추려 해당 시공사와 시행사를 대상으로 세무조사나 내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게 국세청의 설명이다. 국세청은 이미 경기도 파주 신도시 고분양가 논란을 불러일으킨 한라건설의 회계장부 등을 압수한 데 이어 벽산건설과 지방의 중소업체들을 포함해 현재 4개 업체에 대해 매입가 등 원가를 부풀렸는지의 여부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정책을 뒷받침하려는 차원의 일제 조사는 아니라지만 시민단체 등의 제보가 줄을 잇는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전면적인 세무조사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하기가 어렵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화성 동탄 신도시 건설업체들이 취한 폭리 규모가 무려 1조2천229억 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구체적인 수치를 들이댈 정도라면 가볍게 넘길 일은 아닌 것 같다. 경실련은 29개 건설업체의 사업비와 이윤 신고 내용을 성실 신고한 것으로 판단되는 5개 건설업체의 것과 비교한 결과 건축비와 간접비를 9천321억 원이나 부풀렸고 택지비에서도 2천908억 원의 폭리를 취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화성 시장이 공개한 업체별 건축비가 평당 449만~241만원으로 최고 1.9배의 편차가 나고 간접비 편차는 4.3배까지 달한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동일한 택지에서 책정한 분양가가 이처럼 큰 편차를 보이는 것은 건설업체들이 이윤을 줄여 신고했기 때문이라는 경실련의 해석에 설득력이 실린다.
턱없이 높게 책정되는 아파트 분양가가 '미친 집값'의 원흉이라는 데에는 아파트 실수요자 대부분이 동의하고 있으니 건설업체들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이러한 민심을 반영해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 내에서도 고분양가로 폭리를 취한 건설사들에 대한 세무조사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 15일 부동산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고분양가를 통해 기업이 정상적인 수준 이상의 수익을 챙기는 부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검토가 있을 수 있다"고 밝힌 것은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읽힌다.
하지만 건설업계 세무조사의 취지는 십분 이해하면서도 가뜩이나 부진한 건설경기를 더욱 위축시키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감출 수 없다. 업계가 벌써부터 분양 일정 조정을 검토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고분양가 논란도 잠재우고 건설경기 위축도 막을 수 있게끔 세무조사는 속전속결로 처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아울러 건설업체들도 '소나기는 일단 피하고 보자'는 식의 안이한 대처로는 앞으로도 같은 사태가 계속 되풀이될 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수많은 서민의 내집 마련 꿈을 담보로 탐욕스러운 장삿 속만 밝히는 것은 결코 올바른 상도(商道)라고 할 수 없다. 건설업체들도 이제는 무분별한 분양가 올리기를 지양하고 국민 경제에 이바지하면서 기업도 살 수 있는 '윈윈 게임'에 나서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