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TC·성실납세제 시행 여전히 불투명
부동산 세제 고수…내년 정책효과 나타날까
연초부터 중장기조세개혁 방안이 사전유출 파문을 겪으면서 순탄치 못한 행보를 보였던 2006년 조세정책이 연말에도 정치권의 '힘겨루기' 속에 제 갈 길을 잃어버린 모습이다.
차일피일 미루던 중장기조세개혁 방안은 아직도 그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내년으로 발표시기를 늦췄고, 재정경제부 세제실에서 야심차게 준비했던 근로장려세제(EITC)와 성실납세제도 등 현안들도 모두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
재경부가 8월 발표한 2006년 세제개편안에서는 저출산·고령화 추세에 맞춰 소수공제자 추가공제를 폐지하고 다자녀 가구 추가공제를 도입한다는 방안이 발표됐으나, 맞벌이 가구 등을 중심으로 한 거센 반발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또한 올해 경제운용방향으로 밝혔던 비과세·감면제도의 정비방안은 올해 말 일몰 예정이었던 55개 제도 중 15개는 폐지되고 10개는 축소됐지만, 나머지 30개 제도는 그대로 연장되는 등 허울만 요란했다는 지적이다.
□ 중장기 조세개혁‥"1년 내내 표류 거듭"
정부는 당초 대통령 직속기구인 조세개혁특별위원회와 재경부 산하 조세개혁실무기획단을 두고 늘어나는 복지수요 등을 감안한 중장기 조세개혁방안을 마련해왔으나, 지난 2월 발표를 얼마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조세개혁방안이 유출돼 여론의 뭇매를 맞고 발표시기를 5·31 지방선거 이후로 미뤘다.
이후 4월 조세개혁특위 위원장이었던 곽태원 서강대 교수가 사의를 표명한 이후, 8월에서야 유일호 KDI 교수를 내정하고 수 차례 회의를 거듭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와 관련해 "연말까지 논의가 잘 되면 내년 초 발표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중장기 조세개혁방안의 범위를 2010년까지의 '중기'적 방안으로 한정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지난 8월 저출산·고령화, 양극화 등에 대한 미래의 구체적 계획을 담은 '비전2030'을 발표하고 오는 2030년까지 1100조원의 재원이 필요하다고 발표해 추가 증세에 대한 논란에 휩싸였다.
그러나 재경부에서는 2010년까지 추가적 증세가 없으며, 2011년 이후부터 증세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 향후 5~6년간은 세목신설 및 세율조정이 없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즉 내년 초 발표 예정인 2010년까지의 '중(장)기 조세개혁방안'에는 '증세' 관련 내용이 빠지게 된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어 최종안에 어떠한 내용이 담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EITC, 성실납세제, 비과세·감면…'龍頭蛇尾 '전락
참여정부 초기부터 저소득층의 근로의욕고취를 위해 지속적으로 준비해왔던 근로장려세제(EITC)는 올해 8월 재경부가 발표한 '2006년 세제개편안'에 구체적인 추진방안이 포함됐다.
EITC는 과세대상을 ▲자녀 2명 이상 ▲연소득 1700만원 이하 ▲부동산 등 총 재산 1억원 이하의 근로자 가구로 한정해 연간 최대 80만원씩을 지급하겠다는 것으로 근로를 세금을 다시 돌려준다는 선진형 복지제도.
그러나 최근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따른 대립 속에 관련 법안 통과조차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내년 소득파악 후 2008년부터 시행한다는 당초 계획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지난 2005년부터 소규모 사업자들의 납세협력비용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재경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성실납세제도(구 간편납세제도) 역시 각계 의견조율은 끝마쳤지만, 뜻하지 않은 여야의 사학법 재개정 논란에 따른 희생양으로 아직까지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그밖에도 재경부가 올해 초 경제운용방향 및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에서 거듭 강조했던 비과세·감면제도의 대폭 정비방안은 당정 협의과정에서 상당부분 후퇴해 30개 제도는 그대로 연장하고 나머지 15개 제도만 폐지(10개 제도 일부 축소)하기로 합의했다.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조세정책들이 모두 정치권의 '입김'에 제 힘을 얻지 못할 경우 龍頭蛇尾 격으로 전락해 결국 한해동안 남는 게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부동산세제 손질 '불변'‥"효과 언제까지 기다려야?"
올해 들어 극도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던 부동산 시장과 관련해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실패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 관련세제에 대해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종부세 및 양도세 강화에 따른 정책효과가 아직 시장에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부동산 관련 세제에 대한 수정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
특히 내년 종부세 세입예산 전망치는 1조9091억원으로 지난해 4400억여원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함에 따라 정부가 부동산 가격상승의 책임을 고스란히 납세자의 부담으로 지우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05년 발표한 8·31부동산대책에 이어 올해 3·30대책 및 11·15부동산시장 안정화방안 등 후속대책을 내놓고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그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할 경우 애꿎은 납세자들의 세부담만 늘리고 세수확보에만 열을 올렸다는 비난을 면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