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가 경제정책 중심 바로 세워야"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9일 "내년 정치 일정이 경제정책의 추진 환경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재경부가 정책의 중심을 바로 세워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 부총리는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가진 재경부 종무식 송년사를 통해 "자기 몫을 주장하는 사회 각계층의 목소리가 커지고 다양해지고 있어 정책집행환경도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권 부총리는 "부동산 시장 과열,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부채 문제, 중소기업 신용급증, 단기외채 증가 등 부동산·금융·외환시장의 쏠림현상이 우리 경제의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그는 "내수 모멘텀이 약화되면서 세계경기와 환율 등 대외환경에 대한 우리 경제의 의존도가 더욱 심화되는 등 하방위험이 만만치 않다"며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경제성장 잠재력을 약화시키고 재정소요 증가에 대한 선제적 정책대응도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직원들에게 정부 내 각 부처 및 이해 관계집단의 갈등을 통합해 나가는 '신크레틱스 리더쉽(갈등을 통합해 전체를 하나로 일체시킨다는 의미)'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주어진 과제를 직시하면서 변화와 혁신을 주도해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노력해 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권 부총리의 송년사 전문.
친애하는 재정경제부 가족 여러분, 多事多難했던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지난 한 해 우리 경제를 돌이켜 보면 주변여건은 유가, 환율불안, 북핵사태 등으로 우호적이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창출이 성장과 복지를 달성할 수 있는 첩경이라는 인식하에 다각도의 노력을 경주하여 분명한 정책방향을 제시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거시경제 변수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한편 기업의 투자활력을 제고하기 위한 기업환경개선 종합대책과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종합대책을 마련하여 추진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우리 경제 시스템의 선진화를 위해 韓·美 FTA 등 적극적인 대외개방 노력도 경주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올해 우리경제가 물가 안정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잠재수준의 정상 궤도에 복귀하는 성과를 거두게 되었습니다.
많은 난관속에서도 이러한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재정경제부 가족 여러분 모두가 熱과 誠을 다해 맡은 바 所任을 다해 주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자리를 빌어 재정경제부 가족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러나 여기에 만족하여 멈추어 설 수는 없습니다.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 정지는 곧 후퇴와 낙오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당장 내년 우리 경제는 만만치 않은 대내외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대외적으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친디아(Chindia), 나아가 BRICs의 부상은 우리 경제의 기회이자 위험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국내적으로도 소비·투자 등 내수 모멘텀이 약화되면서 세계경기·환율 등 대외환경에 대한 우리경제의 의존도가 심화되는 등 하방위험은 만만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부동산 시장의 과열,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부채 문제, 중소기업 신용급증, 빠른 속도의 단기외채 증가 등 부동산·금융·외환시장의 쏠림현상(herd behavior)이 우리경제의 위험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기 몫을 주장하는 사회 각 계층의 목소리도 커지고 다양해지고 있어 정책집행 환경도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도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키고 있습니다. 또한 연금·의료와 함께 사회보장 수요 충족을 위한 재정소요 증가에 대한 선제적 정책대응도 요구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친애하는 재정경제부 가족 여러분,
옛 故事成語에 ‘胡服騎射’라는 말이 있습니다. 기마족의 복장을 입고 馬上에서 활을 쏘았다는 뜻입니다.
흉노나 진나라 등 强國의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낡은 인습에서 벗어나 개혁을 추진한 결과 날로 강성하여 국토를 넓혀갔던 춘추 전국시대 趙나라의 사례를 일컫는 말입니다.
즉, 일을 착수하기전 만전의 태세와 준비를 갖춘다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고 희망찬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우리가 힙을 합쳐 최선을 다해 폭넓고 철저한 사고에 바탕을 둔 정책을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면 난관을 극복하고 정부에 대한 신뢰도 회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재정경제부 가족 여러분들이 현안과 이를 둘러싼 경제·사회 환경변화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정부내 각 부처, 이해 관계집단 등간 갈등을 통합해 나가는 신크레틱스 리더쉽(syncretics leadership)을 발휘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신크레틱스는 그리스어에서 파생된 말로 “갈등을 통합하여 전체를 하나로 일체시킨다”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이에 바탕을 둔 신크레틱스 리더쉽은 1900년대초 남극탐험 대장인 새클턴의 지도력을 정리한 이론으로 목표지향, 솔선수범, 현실 직시, 자기 확신, 갈등 극복, 적극적인 시도 등을 요체로 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통합 리더쉽에 바탕을 둔 변화와 혁신의 중요성은 미래학자 Alvin Toffler의 “富의 革命(Revolutionary Wealth)”이라는 최근 저서에서도 강조되고 있습니다.
환경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시스템 혁신주도(institution innovation)를 위해서는 현실을 직시하면서(grounded) 혁신에 항상 수반되는 저항을 극복하고 통합할 수 있는 자기 역량 확충과 함께 자기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한다면 제가 就任式때부터 강조해온 것처럼 재경부가 정책의 중심에 서고 다른 부처와 이해집단들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정치 일정이 경제정책 추진 환경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내년에는 재정경제부가 정책의 중심을 바로 세워야할 것입니다.
재정경제부 가족 여러분,
지난 한 해 재정경제부 가족 여러분들께서 주어진 시간과 공간에서 맡은 바 所任을 다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왔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내년에도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를 직시하면서 변화와 혁신을 주도해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노력해 주시길 기대합니다.
더욱 건강하고 밝은 모습으로 丁亥年 새해 아침에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2006. 12. 29 부총리 권오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