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전지현 국세청 정보화기획담당관, 류충선 국세청 감사담당관.
지난 4일자로 국세청 부이사관(3급) 승진 인사가 마무리됐다. 3명에서 많게는 4명까지 승진자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결과는 2명이었다. 부이사관은 반드시 정원을 채워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인사권자가 인원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 승진 시기도 다른 정규인사와 달리 인사권자의 재량에 따라 결정된다.
승진의 영광은 전지현 국세청 정보화기획담당관(75년·전북군산·행시46회)과 류충선 국세청 감사담당관(70년·전남화순·행시45회)이 안았다. '파격'으로까지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다수의 예상에선 살짝 벗어난 면이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우선, 승진자는 모두 본청 과장들로 채워졌다. 현 보직 전에도 본청에서 여러 과장직을 수행하며 조직에 헌신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부이사관 승진자는 본청 과장 중에서 배출되는 경우가 많다. 남들보다 업무 강도가 높고, 인사권자의 주목을 받기 좋은 자리이기 때문이다. 현재 본청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지 않더라도 과거 오랜기간 본청에서 근무했다면 해당 인물도 승진 후보에 포함되곤 한다. 특히 이번엔 한지웅 성동세무서장(71년·전남보성·행시45회) 등 몇몇 '구(舊) 본청 과장'이 유력 후보로 하마평에 올랐으나, 승진 기회는 다음으로 미뤄졌다.
승진자 두 명 모두 행정고시 출신이라는 점도 다소 의외라는 평이 나온다. 류충선 과장은 행시 45회, 전지현 과장은 행시 46회다. 비고시 출신이 1명 정도는 섞여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세무대 출신도 일반공채 출신도 이번 승진자 명단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세무대 출신 가운에선 남영안 세원정보과장(70년·경북 경주·세무대 9기)이 유력 후보로 언급됐지만, 현 보직에서 근무한지 얼마 되지 않아 다소 시기상조라는 시각도 공존했다. 7급 공채 출신으로는 김휘영 대변인(71년·강원춘천·7급 공채)과 김용재 부가가치세과장(70년·전북 고창·7급 공채)의 이름이 자주 거론됐으나 이번에는 승진하지 못했다.
두 명의 승진자가 모두 호남 출신이라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보수 정권 하에서 승진자 전원이 호남 출신으로 채워지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했기 때문. 임용구분, 고향 등 출신성분보다 '일'을 우선시하겠다는 인사권자의 평소 철학이 이번 인사에서도 분명히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지현 과장은 최초의 '행시출신' 여성 부이사관이라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행시 출신으로 한정하지 않는다면, 2015년 승진한 이창숙 전 국세청 전산운영관리담당관(별정직 6급 특채)이 여성 최초의 국세청 부이사관이다. 하지만 승진 후 6개월 뒤 퇴직한 이창숙 부이사관과 달리 전지현 과장은 아직 앞날이 창창하다. 큰 변수가 없는 한 수년 내 고위공무원 승진이 예상되는 만큼, 안정적인 경력을 바탕으로 국세청 내에서 '최초'라는 타이틀을 계속해 써내려 갈 것으로 보인다.
류충선 과장은 그동안 행시 45회의 '아픈 손가락'으로 불렸다. 45회 중 나이로 따지면 가장 큰 형님이지만, 본청 전입이 늦어 승진이 동기들보다 다소 뒤쳐졌기 때문. 역경을 딛고 '대기만성'의 표본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편, 국세청 인사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부이사관 승진 인사 계획은 더이상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말 고위공무원 인사를 비롯한 정기인사가 마무리 되면, 내년 초 다시 부이사관 승진의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