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정일영 "내란비상계엄 선포는 위헌…부총리, 어떻게 반대했나 구체적 자료 제출"
與 최은석 "부총리, 한은 총재와 상황 대책 논의…'내란비상계엄' 단어, 속기록 삭제"
野 박홍근 "용어 사용, 의원이 선택하는 것…국회, 이렇게 운영돼선 안 돼"
與 박대출 "경제 상황에 대해 국민에게 소상하게 알리는 게 중요…문제제기 온당"
◆…사진=국회방송 캡쳐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 이후 탄핵 정국에서 우리나라 경제현황을 살피고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17일 제419회 국회(임시회) 제01차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 긴급 현안질의장이 여야 의원들 간 단어 선택을 놓고 정면충돌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기재위 야당 의원들이 '12·3 비상계엄'을 '내란비상계엄'이란 용어를 사용하자, 여당 의원들은 내란 여부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는데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일부 여당 위원은 '내란비상계엄'이란 표현 중 '내란'을 속기록에서 삭제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이에 더해 경제금융수장(F4)들의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 개최를 두고서도 계엄을 사전에 인지한 것이 아니냐는 등 비상계엄에 대한 찬반 여부를 추궁하며 '청문회'를 방불하게 하는 파행을 거듭한 후에야 겨우 경제정책에 대해 질의를 진행했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내란비상계엄 선포는 위헌, 불법적이었다. 경제부총리는 어떻게 반대했는지 구체적 자료로 제출해 주기 바란다. 내란비상계엄이 성공했어도 실패했어도 (최상목)경제부총리는 똑같은 자리에서 경제 대통령처럼 경제정책을 이끄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나"라고 물었다.
정 의원은 이어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상임위에 와서 대국민 보고와 의원들의 질의에 소상하게 설명해서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며 "부총리는 국회와 아무런 협의도 없이 무시하고 국회에는 오지도 않고 해외투자자, 글로벌 신용사와의 면담을 핑계로 이제야 참석했다. 열심히 한 것도 아닌 국회에서 계엄해제, 탄핵을 이루어냈기 때문에 참석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또한 "예산 심의 때, 최종 의결에도 매우 소극적이었다. 의결된 이후에도 마치 민주당의 책임이 있는 듯 발언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은 "경제부총리, 한은 총재가 오셔서 여러 가지 경제상황에 대해 대안을 논의하고 토론하는 시간"이라면서 "기재위 회의에서 법적으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내란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런 결론이 나지 않은,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비상계엄이 아닌 내란비상계엄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 부분을 속기록에서 삭제해 주기를 강력히 요청한다"라고 강조했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이 발언을 받아 "국회 생활을 오래하고 있지만 어떤 용어를 써라 마라 요구하는 것은 금시초문이다. 용어 사용은 여당, 야당 의원이 선택하는 것이지 누가 강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회법에 그런 내용이 있나. 상대 의원의 발언, 생각까지 규정해 줄 것인가. 국회가 이렇게 운영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반발했다.
이어 "발언에 대해선 온전히 의원이 책임지면 된다. 무례한 요구를 하지 마라"라며 "질의를 막을 권리는 없다. 어떤 용어를 사용하는 지 여부에 대한 부차적 문제로 시간낭비 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경제 상황에 대해 지표 변화, 현안 질의의 취지로 기재위가 개최됐기에 국민에게 소상하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헌법재판소 심리가 시작되는 상황에서 수사에 개입할 수도,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도, 헌법재판소 심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그런 표현이 현안 질의를 통해서 국회에서 나온 것은 단순하게 헌법기관 국회의원의 표현의 자유에 그치지 않는다"라고 반박했다.
박 의원은 "특히 헌법이 존중하는 삼권분리의 원칙, 헌법 정신에 맞지 않다"며 "자칫하면 국민에게 다른, 오도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표현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은 지극히 온당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여·야 의원들도 가세하면서 현안질의가 파행의 길로 들어서는 모습을 보이자 송언석 위원장이 "오늘은 사법적 논쟁을 하는 자리가 아닌 경제상황에 대한 현안질의를 하는 자리"라며 중재에 나섰다. 아울러 '내란' 표현 속기록 삭제 요구에 대해선 "(국회)사무처와 협의하도록 하겠다"며 일단 갈등 진화에 힘쓰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현안질의는 한 차례 휴정한 뒤 오후 4시에 재개되며 최상목 부총리와 이창용 한은 총재에 대한 현안질의를 이어갔다. 2차 질의를 마치고도 질의를 다하지 못했다는 야당 의원들의 요구에 송 위원장은 6시 일단 회의를 종료, 저녁식사 후 좀더 보충질의 시간을 가지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