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측,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서 ‘부정선거론’ 주장 이어가자
전광훈·전한길 등 부정선거론 언급···”헌재 휩쓸 것” 과격 언사도
국민의힘, 비상계엄·부정선거론에 선 긋지 못해 ‘극우화’ 지적
◆…윤석열 대통령이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지난해 4월5일 부산 강서구 명지1동 행정복지센터 사전투표소에서 사전투표용지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지난달 21일 헌법재판소 대통령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서 발언)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이후 불거진 탄핵 정국에서 공개적으로 '부정선거론'을 주장하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이에 호응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헌법재판소 등 헌법기관들을 압박하는 분위기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의힘 측이 부정선거론과 명확히 선을 긋지 못하는 데 대해서 '여당이 극우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 탄핵심판 출석한 윤, 공개적으로 "선거 공정성 의문"
윤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헌재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직접 출석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1차·2차 변론에는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 체포영장 집행 시도를 우려해 불출석했지만, 법원이 지난 19일 구속영장을 발부한 이후 헌재 심판정으로 나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재판 막바지에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으로부터 '피청구인 측 할 말 있으신가'라는 질의를 받고 "(국회 측에서) 부정선거 의혹이 음모론이고 계엄을 정당화하기 위한 사후 논리라고 하셨다"면서 "이미 계엄을 선포하기 전에 선거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들이 많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정선거 자체 색출이 아니라 선관위 전산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스크린해 보라는 것이다. 어떤 장비가 있고 어떤 시스템에 의해 가동되는지"라며 "선거가 전부 부정이라는 음모론 제기가 아니라 팩트 확인 차원이었다는 점을 이해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는 윤 대통령이 사실상 '부정선거론'에 대해 언급한 것이다. 또한 이날 헌재 심판정에서는 12·3 비상계엄 당시 계엄군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돼 선관위 직원으로 보이는 인물의 휴대전화를 압수하는 등의 영상이 재생되기도 했다.
■ 부정선거론자들, 선관위·헌재 '흔들기'
이러한 윤 대통령 발언이 전해진 이후, 윤 대통령 지지자로서 부정선거론을 주장해 온 인사들에 정치권 눈길이 쏠린다.
12·3 비상계엄을 전후로 부정선거론을 주장해 온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지난 3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피의자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전 목사는 지난달 18~19일 발생한 서부지법 폭동 사태와 관련해 사랑제일교회 소속 특임전도사 이아무개씨가 구속 피의자로 이름을 올리면서, 자신의 연루 의혹도 짙어진 상황이다. 다만 특임전도사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전 목사의 배후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보수 측 집회·인터뷰 등에서 광폭 행보를 보이는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전씨는 지난달 25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선관위 문제에 대한 부정선거에 관한 것은 대통령도 의혹을 제기했다"고 했고, 지난 1일 부산 일대에서 열린 개신교계 단체가 주최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는 일부 헌법재판관들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전씨의 이러한 언사는 헌법기관인 선관위·헌재를 향한 압박으로 읽힌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박창진 부대변인은 지난 3일 논평을 내고 "전한길씨가 '헌재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헌재를 휩쓸 것'이라며 폭동을 선동했다"며 "이는 내란 선동으로까지 볼 수 있는 범법 행위"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4차 변론기일인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국민의힘, '부정선거론' 선 못 긋나
앞서 선관위는 윤 대통령 측 '부정선거론' 주장과 관련해 적극 해명해 왔다.
윤 대통령과 서울법대 79학번 동기인 김용빈 선관위 사무총장은 지난달 9일 국회 본회의 긴급현안질문에서 "그 누구도 부정선거가 어떤 방식으로 행해졌는지에 대해 말씀하시는 분이 없지 않느냐"고 답답한 듯이 토로하며 부정선거론의 무논리성을 지적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윤 대통령 측과 선을 긋지 못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데 대해서, 여권에서도 지적이 나온다.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여당 내 부정선거론과 관련 "일부 지지자들이 이걸 너무 믿어 안타깝다. 그렇게 되면서 중도층과 멀어지는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에서 보수를 진짜 혁신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근식 국민의힘 전 비전전략실장도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미 자유통일당에 포위된 대통령 지키려다 보니 부정선거를 옹호하게 되고, 그러니 계엄옹호당이 돼 버린다"며 "국민의힘이 그분들과 결별하지 않으면 어떻게 선거를 치르겠나"라고 혹평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부정선거 의혹은 내란 정당화를 위해 꾸며낸 허위 조작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가짜 증거를 조작해 내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윤석열은 비열한 부정선거 선동을 당장 멈추라. 국민의힘도 내란 일당과 하루빨리 절연하라"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