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재용 무죄 판결에 상고 검토…외부 전문가 의견 듣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부당합병 및 회계부정 의혹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가운데, 검찰이 대법원 상고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하기로 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 회장의 상고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형사상고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했다. 대검찰청 예규인 '형사상고심의위원회 운영 지침'에 따르면, 검사가 1심과 2심에서 공소사실 전부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고 상고를 추진할 경우 반드시 심의위의 검토를 거쳐야 한다.

이 회장은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과정에서 최소 비용으로 경영권을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사내 미래전략실이 주도한 부정거래, 시세조종, 회계부정 등에 관여한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그러나 1심과 항소심 모두 이 회장의 19개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와 관련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재용 회장의 항소심 무죄 판결에 대해 "공소를 제기한 담당자로서 국민께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6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한국 증시 활성화를 위한 열린 토론'에서 "법원을 설득할 만큼 충분한 논리를 준비하지 못한 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과거 서울중앙지검에서 이 회장 기소를 주도한 바 있으며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사건에서 사법부는 법 문헌의 해석만으로 주주 보호 가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여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주 보호 실패를 막기 위해 자본시장법 개정이 불가피하다"며 "정부가 제출한 주주가치 보호 관련 법안을 정책적으로 완성하는 것이 더 생산적"이라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과거 에버랜드 전환사채 배정과 관련된 사건에서도 이사의 배임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으며, 현행 자본시장법이 상장사 간 합병 시 주가 기준으로만 합병가액을 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이번 사건에서도 부당합병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한편, 검찰은 형사상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대법원에 상고할지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이번 사건은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핵심 사안인 만큼, 대법원의 최종 판단에 따라 삼성뿐만 아니라 한국 자본시장 전반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