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2월 인하는 불가피한 것은 아니다" 밝혀
KB證, 매파 발언 이유로 ▲추가 인하 여력 제한 ▲통화정책 효과와 시점 등 꼽아
"금융안정 고려 시 금리 많이 못 내려…경기 우려되는 만큼 재정 정책으로 보완 필요"
"2월 인하 기대 축소될 수 있지만 여전히 2월 인하 80% 이상으로 우세 판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한국은행 제공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월 기준금리 인하는 불가피한 것은 아니다"라는 발언을 내놓자 '2월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했던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국내외 언론에 의하면, 이창용 총재는 6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한은은 금리인하 사이클에 있다"라며 "2월 인하는 불가피한(not inevitable)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금융통화위원들의 포워드 가이던스는 정해진 것은 아니며 새로운 증거가 입수되면 바뀔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지난달 16일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00%로 동결했다. 금통위는 고민과 논의 끝에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면서 국내 정치 상황, 미국 등 주요국 경제정책 전개 등 대내외 정책 여건을 좀 더 점검하고 향후 불확실성이 어떻게 변화할지 살펴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6명 금통위원 모두 3개월 내 인하 가능성을 열어놓았고 한은 총재도 2월 금리인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 시장은 2월 기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했다. 하지만 이창용 총재의 매파적 발언에 시장의 2월 금리인하 기대감은 크게 낮아졌다.
KB증권은 이 총재가 2월 인하가 기정사실이 아니라고 언급한 점에 대해 ▲추가 인하 여력의 제한 ▲통화정책 효과와 시점 등을 이유로 꼽았다.
임재균 연구원은 "10~11월 금리인하 당시와 달리 중립금리의 논의를 시작한 이유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면서 "목적지인 최종 기준금리가 멀리 남아 있다면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없지만 목적지가 멀지 않은 만큼 이에 대해 논의를 시작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한은 총재는 현재 통화정책은 긴축적인 영역보다 약간 높다고 언급했는데 추가로 1~2차례 인하를 단행하면 한은 총재는 더 이상 긴축적이지 않다고 판단할 것"이라면서 "금리인하 여력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한은은 최대의 효과를 보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경기에 대한 우려가 높지만 지난 4분기 인하의 효과는 점차 나타날 수 있다"며 "더욱이 경기에 대한 우려는 높지만 최악의 상황은 피하고 있을 수 있다"라고 관측했다.
한은은 1월 수정전망에서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반영하면서 성장률을 하향 조정하는 등 통화정책의 무게중심을 성장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멕시코와 캐나다에게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가 관세 부과를 한 달간 유예했다. 트럼프는 관세를 협상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시장의 우려보다 약한 트럼프의 관세정책으로 원·달러 환율은 하락했다.
임 연구원은 "시장은 1월 금리동결의 원인이었던 환율이 하락하는 점에 주목하고 있지만 동시에 약한 관세 정책은 성장에는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며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민간소비의 부정적 영향은 여전하지만 한은 총재는 15~29조원 규모의 추경이 단행된다면 비상계엄으로 둔화된 경제 규모는 회복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시장은 민간소비 부진을 이유로 금리인하를 기대하고 있지만 한은 총재는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경제손실은 영구적 손상이 아닌 일시적 손상인 만큼 추경을 보완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임 연구원은 "시장은 성장에 대한 우려가 큰 만큼 모두 완화적인 스탠스를 생각하겠지만 한은 총재는 환율에 대해 여전히 우려하고 있으며 부동산 등 자산가격의 상승을 야기할 수 있는 리스크를 언급한 점, 금리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언급한 점을 고려하면 한은 총재가 고려하고 있는 통화와 재정의 정책공조는 서로 보완 관계"라고 설명했다.
즉 환율과 부동산 가격 등 금융안정을 고려하면 금리를 많이 인하할 수 없는 데 이 경우 경기가 우려되는 만큼 이를 재정정책으로 보완하자는 것이란 해석이다.
임 연구원은 "2월 금통위 전까지 원·달러 환율이 재차 1500원을 위협, 추경 가시화, 반도체 산업에 대한 관세 지연 등이 이뤄질 경우 2월 인하 기대는 축소될 수 있지만 여전히 2월 인하가 80% 이상으로 우세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한은 총재의 매파적 발언을 고려하면 2월 인하가 만장일치가 아닐 가능성도 존재한다"라며 한은이 2월 금리인하를 단행해도 추가 금리인하 기대감은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이로인해 시장은 최종 기준금리 기대를 상향 조정하면서 실질적으로 인하 사이클이 끝났다고 인식하고 추경 등 수급으로 시선이 이동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