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법인 '타임통제’ 시스템으로 노동 착취"…회계사, 국민청원 글 올려

"주 52시간 초과 근무를 월 단위로 정산"

주 단위 근무시간 준수 여부 특별점검 촉구

9일 현재 200명 찬성 얻어 청원요건 충족

매년 '감사 시즌'(1월~3월)만 되면 몇 주 째 이어지는 고강도 노동으로 회계사들이 과로를 호소하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일부 회계법인은 편법적인 방식으로 근로 시간을 관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8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지난 1일 국회전자청원 홈페이지에 '회계법인의 불합리한 노동 착취 근절 및 근로기준법 준수 요구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글이 등록됐다. 해당 청원은 9일 현재 200명이 찬성해 청원요건을 충족했다. 국민동의청원은 30일 이내 100명의 찬성을 받으면 7일 이내 국회가 청원 요건에 대한 검토를 진행한다.

청원인은 "현재 일부 회계법인이 주 52시간 초과 근무를 월 단위로 정산하여 법적 의무를 회피하고 근로자의 근로시간 입력을 임의로 통제하거나 축소하도록 강제하는 '타임통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회계사가 실제 근무시간을 입력하면 성과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고 연차를 강제 사용하게 한 후에도 업무를 수행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청원인은 "불합리한 근로환경은 단순한 기업 내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 근로자의 권익과 직결된 심각한 문제"라며 "주 단위 근무시간 준수 여부를 실질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특별 점검을 시행해 달라"고 촉구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과 청년공인회계사회가 2018년 회계사 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업무 성수기 때 한 주 평균 법정 노동 한도 시간인 주 64시간을 초과하는 회계사들은 81.9%나 됐다. 80시간을 초과해 노동하는 회계사들의 비중은 55.7%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 2024년 4월 주당 최대 90시간의 장시간 노동을 시키고도 초과수당을 한푼도 지급하지 않은 한 대형 회계법인이 고용노동부의 시정명령을 받았다. 해당 회계법인은 전환형 인턴을 채용하면서 근로계약서에 '소정 근무시간 주 40시간',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은 50% 가산' 등을 명시해 놓고 실제로는 주 70∼90시간의 근무를 지시하면서 초과수당을 전혀 주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대형 회계법인에서 일한다는 한 회계사는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매번 일에 치여 여유가 뭔지 모르겠다"고 토로하자 "시즌에는 잠자는 시간도 감지덕지할만큼 바쁘다", "체력도 딸리고 갈수록 버겁다", "이제 시즌, 비시즌이 없다"며 공감하는 댓글이 속속 올라왔다.

회계법인들은 감사보고서 수요가 3월 말에 집중되어 있어 초과 근무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조선일보에 "주 52시간 근무제도가 도입됐어도 일감은 그대로이기에 여전히 많은 회계사가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