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尹 발탁, 두고두고 후회…尹정부 탄생 단초, 내 책임 가장 커"

문재인 "계엄 이전에도 수준 낮은 정치 해, 정권 넘긴 자괴감 커"
"尹, 소통에는 불편할 수 있지만, 검찰개혁 의지는 긍정적이었다"
"조국, 가장 아픈 손가락…한없이 미안하다"
"지금 당내 이재명 대표 경쟁자 없어...그럴수록 더 확장해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총장 발탁과 윤석열 정부 탄생과 관련해 "두고두고 후회가 됐다"면서 "윤석열 정부 탄생에 문재인 정부 사람들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물론 그 가운데 내가 제일 큰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또 12.3 계엄과 탄핵 사태가 발발한 것에 대해 "계엄 이전에도 정말로 참 못하고 수준 낮은 정치를 했는데 우리가 이런 사람에게 정권을 넘겨줬다는 자괴감이 아주 컸다. 밤에 잠을 잘 수가 없을 정도로 국민께 송구스러웠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10일 공개된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발탁하게 된 이유 및 과정과 관련해 최종인사권자였던 자신의 생각을 이같이 밝혔다.

청와대 안팎 의견이 확연히 갈렸다는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말과 같이 그럼에도 검찰총장에 발탁한 이유에 대해 묻자 "윤석열 대통령이 탄생하게 된 가장 단초가 되는 것이니까 후회가 된다"며 "실제로 그 당시에 찬반 의견이 나뉘었던 것이 맞다. 비율로 따지면 임명을 지지하고 찬성하는 의견이 훨씬 많았고, 반대하는 의견이 소수였다"고 밝혔다.

이어 "윤석열을 가까이에서 겪어본 사람들이 그에 대해 말하자면, 욱하기를 잘하는 성격으로 자기 제어를 잘 못할 때가 많이 있다, 윤석열 사단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자기 사람들을 아주 챙기는 스타일이다, 이런 의견들을 (들었다)"며 "반대가 수는 작지만, 충분히 귀담아들을 만한 그런 내용이었다. 다수는 지지하고 찬성해서 많은 고민이 됐다"고 했다.

그는 "당시 후보 추천위원회가 추천한 후보가 4명이었다. 조국 수석이 4명을 다 만나본 결과 나머지 3명은 전부 검찰개혁에 대해서 반대하는 의견을 분명히 밝혔고, 윤석열 후보자만 검찰개혁에 대해 지지하는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결국 최종 압축된 2명 후보자 사이에 검찰개혁에 대해 호의적인 윤 후보자를 선택하게 됐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다른 한 분은 우리 정부에서 검찰 고위직을 하면서 조국 수석하고 인간적인 관계도 나쁘지 않고 소통도 꽤 잘 되는 그런 관계였지만 유감스럽게도 검사로서 검찰개혁을 찬성할 수 없다는 분명한 반대 의견을 말했다. 검사 마인드가 강했던 것"이라며 "윤석열은 소통에는 좀 불편할 수 있지만, 검찰개혁 의지만큼은 긍정적으로 말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생각하면 조국 수석과 좀 소통이 되고, 관계가 좋은 그런 쪽을 선택하는 것이 순리였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 된 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일가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면서 검찰총장 인사가 잘못됐음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조국 수석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을 때, 조국 후보자 일가에 대한 수사는 명백히 조국 수석이 주도했던 검찰개혁, 또 앞으로 법무부 장관이 된다면 더 강도 높게 행해질 검찰개혁에 대한 보복이고 발목잡기였다. 그때 이제 처음 안 것"이라고 떠올렸다.

이어 "윤석열 총장이 '아무리 조국 수석이라도 용납할 수 없는 게 이른바 사모펀드다'라며 그게 사기라는 거였다. 그런데 실제로 사모펀드는 다 무죄가 났다. 전혀 (관계없는) 그냥 뭐 무슨 표창장이라든지 다른 것으로 틀어서 가족들을 다 그렇게 만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총장 발탁이 끝이 아니고 그 이후에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과정들이 매끄럽게 잘 안 되고 엉성하게 되면서 거꾸로 굉장히 많은 역풍을 받고 그 바람에 윤석열 검찰총장을 정치적으로 아주 키워준 것"이라며 "마치 문재인 정부와 대척점에 서 있는 사람처럼 그렇게 만들어 주어서 그게 국민의힘의 대통령 후보로까지 올려줬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조국 전 대표에 대해선 "가장 아픈 손가락"이라며 "한없이 미안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조국 전 대표가 대단한 게, (윤석열 말고) 다른 검찰총장 후보자와 친했는데도 그 후보자를 검찰개혁에 미온적이라는 이유에서 추천하지 않았다. 그 후보자를 추천했다면 그 사람을 시켰을 텐데, 그렇게 하지를 않더라"고 털어놨다.

'대통령 인사권을 행사해 왜 검찰총장을 해임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이 나온다는 말에 "대통령에게 검찰총장을 해임할 수 있는 인사권이 없다. 정치적으로 압박을 가할 수는 있을지 모른다"면서 "지금은 시대가 다르다"고 했다.

이어 "지금 그렇게 압박했다가는 윤석열 총장 본인은 물론이고 검찰 조직 전체가 반발하고 나설 거고, 당연히 보수 언론들도 들고일어나면 엄청난 역풍이 생기고 그것은 또 대선에서 굉장히 큰 악재가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지난 대선에 대해선 비전이나 정책 능력을 놓고 경쟁하는 선거가 아닌 극심한 네거티브 선거로 치러진 점이 유감스러운 부분이라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 사람이 유능한 검사일지는 몰라도 대통령 자질은 전혀 없는 사람, 비전이나 정책 능력 같은 것도 전혀 없고, 준비도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사람이라는 사실이 그때 이미 드러났다. 처음에는 손쉬운 상대로 여겼다"며 "우리 쪽 후보(이재명 후보)가 비전이나 정책 능력 또는 대통령으로서 자질이나 이런 부분들이 훨씬 출중하기 때문에 쉽게 이길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치 비호감 경쟁인양 그렇게 선거가 흘러가 버렸고 그 프레임에서 결국은 벗어나지 못한 것이 패인이 되고 말았다"고 아쉬움을 보였다.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해선 "민주당이 이기기 위해서는 반드시 민주당이 좀 더 포용하고 확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민주당이 이겼던 2017년 대선을 되돌아보면, 그때는 나와 이재명 후보, 안희정 후보 이 세 사람이 아주 치열하게 경쟁했지 않나. 치열한 경쟁을 통해서 민주당이 크게 확장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당내에서 이재명 대표에겐 경쟁자가 없는 거 아닌가? 그럴수록 더 확장해야 한다. 내가 (설 연휴 때 찾아온) 이재명 대표에게도 그런 얘기를 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