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대통령 측 질의에 “소방청장 전화, 국민안전 챙기라고 당부”
허석곤 소방청장, 국회에서 ‘단전·단수 지시’ 밝혔는데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당시 일부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의혹을 받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헌법재판소에 출석해 자신은 그러한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이는 허석곤 소방청장이 국회에서 밝힌 내용과는 배치된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상민 전 장관은 11일 오전 헌재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대통령 측 대리인으로부터 '언론사 등 특정 건물에 대한 단전·단수 조치를 지시받은 적 있느냐'는 질의를 받고 "전혀 없다"고 답변했다.
이 전 장관은 이어 당시 경찰청장·소방청장과 통화한 것은 사실이라며 이에 대해 "제가 대통령실에서 종이 쪽지를 멀리서 몇 개 본 게 있다. 그 쪽지에는 소방청 단전·단수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설명했다.
계속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광화문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그 쪽지 본 게 생각났다. 만약 소방이 단전·단수를 무작정한다면 큰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각종 시위·충돌 같은 게 없었는지 궁금해서 경찰청장·소방청장에 차례로 전화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그 쪽지가 생각나 소방청장에게 국민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꼼꼼히 챙겨달라는 취지의 당부를 한 것"이라며 "언론에서 보도하는 것처럼 제가 소방청장에게 단전·단수 지시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의 이러한 증언에 대해, 국회 측 대리인도 이날 심판정에서 증인신문에 나섰다.
국회 측 대리인이 이날 심판정에서 특정 언론사 단전·단수 관련 질의를 재차 하자, 이 전 장관은 "소방청장과의 대화 내용은 이 사건 탄핵심판 사유와 관련 없다고 판단한다"며 거리를 뒀다.
이 전 장관은 이어 "무엇보다 공개 장소에서 구체적인 사실을 진술하게 되면 소방청장에게 가이드라인을 준다는 오해를 줄 수 있다"며 "더 이상 자세한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국회 측이 '허석곤 소방청장은 국회 행안위에서 증인에게 지시받았다고 발언했다'고 지적하자, 이 전 장관은 "제가 기억하는 바로는 '지시하는 뉘앙스였다'고 표현을 애매하게 하더라. 제가 소방청장과 누구 말이 옳으냐 그르냐 말씀할 계제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허석곤 소방청장이 지난달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비상계엄 당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 지시와 관련한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이 전 장관의 이날 헌재 탄핵심판에서의 증언은 허 청장의 국회 발언과는 엇갈린다는 진단이 나온다.
허 청장은 지난달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현안질의에서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비상계엄 선포 당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으로부터 단전·단수 지시를 받았느냐'는 취지의 질의에 "특정 몇 언론사에 대해 경찰청 쪽 요청이 있으면 협조하라고 (지시받았다)"고 말했다.
또한 허 청장은 이날 단전·단수 협조 대상에 포함된 '특정 언론사'에 대해서는 각각 경향신문·문화방송(MBC)·한겨레 등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조선일보가 들어갔느냐'는 질문에는 "기억에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이 전 장관은 헌재 탄핵심판에서 비상계엄 당시 경찰청장·소방청장과 통화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자신이 직접 지시 단전·단수를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대통령실에서 본 쪽지'를 언급하며 거리를 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