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사진=연합뉴스)
"기준금리가 3.0%이므로 적어도 2~3차례 내려야."(2월 11일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망실장)
"15조~20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추경)예산이 필요"(1월 16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지금 당장 우리 경제에 필요한 처방은 '기준금리인하'일까 '국가예산지원'일까? 이례적으로 위축된 경기에 대한 경제 당국의 대책이 촉구되는 요즘, 어느 한쪽도 뚜렷하게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인플레이션 등 위험에도 금리 인하 등 통화정책이 경기 부양 수단으로 거론되는 것인 경기가 이례적으로 싸늘하게 식었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국내총생산) 전망치를 잠재성장률(2.0%)보다도 낮은 1.6%로 발표했다. 수출 비중이 큰 반도체 등 산업의 상승세가 제한적이고 내수는 경제심리 회복이 늦어저 회복이 늦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KDI는 불과 3개월 전 성장 예상치(2.0%)를 뒤집고 다시 0.4%포인트 더 낮춰 잡았는데, 경기에 비해 금리가 높고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에 따른 사회 불안을 침체 이유로 진단했다. 고용은 얼어붙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구직자 한 명에게 돌아가는 일자리수를 의미하는 '구인배수'는 지난 1월 0.28까지 떨어졌다. 구직자 10명 당 일자리가 채 3개도 안 된다는 의미로, 외환위기 이후 26년 만에 최저 기록이다.
국내외 금융권에서는 경기 회복을 위해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 11일 국제금융센터가 공개한 '국내 상황에 대한 해외시각 변화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은 한은이 올해 상반기 기준금리를 2.50%까지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바클리, 씨티, 골드만삭스, HSBC, JP모건, ING, 노무라 등 8곳의 의견이 일치했다. 또 같은 날 한국투자증권은 한국은행이 오는 25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 1450원대의 고환율 위기는 추가 금리 인하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미 기준금리는 미국이 4.5%, 한국이 3.0%로 우리가 1.5%포인트 더 낮은 상태다. 여기서 또 원화 금리를 내리면 안 그래도 주저앉은 원화 가치가 바닥을 치게 될 거란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러한 금리차를 줄일 대외 변수로 기대를 모았던 미국의 3월 기준 금리인하 가능성은 점차 멀어지고 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은 11일(현지시각) 연방 상원 청문회에서 "우리는 정책 기조 조정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 미국 기준금리 동결을 시사했다. 최근 미국 물가가 당초 정했던 인플레이션이 목표(2%)보다 빠르게 올라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한편 국가가 돈을 풀어 인위적으로 경기를 부양하는 재정정책은 정치권의 합의 도출이 관건으로 남아있다. 3~4월 도입하는 이른바 '벚꽃 추경'이 필요하다는 데까지는 정치권의 의견이 모여지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놓고 여야 견해차가 적지 않아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0조 원 규모의 '슈퍼 추경'을 제안하는 반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역화폐 배제 등 정쟁 소지 배제와 산업·통상경쟁력 강화 등을 추경 조건으로 강조했다. 추경을 논의해야 할 여·야·정 국정협의체 역시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어, 비상계엄·탄핵 정국에 따른 국정 공백은 당분간 우리 경제의 걸림돌로 계속 남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