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개정으로 납세협력의무가 대폭 늘어남에 따라 세무사 업무도 증가일로에 있다. 분기마다 일용근로자 노무비 집계표를 제출해야 하고, 근로소득 연말 정산시 기본공제 대상자별로 소득공제 집계표를 작성해야 하는 등 근로장려세제(EITC) 도입에 따른 업무가 대폭 늘어난 게 주요 원인이다. 여기에 4대 보험업무도 만만찮게 늘어났다. 세무사사무소 종사 직원들은 과중한 업무에다 급여 불만이 겹쳐 우후죽순처럼 세무사업계를 떠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최근 국세청의 세무사에 대한 조사 건수가 대폭 늘었고 조사강도도 강화되는 추세다. 불성실 세무사는 세무조사 대상이 될 수 있지만 납세자 권리헌장에 따라 보호받을 권리도 있다. 그러므로 세무사라는 이유로 조사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았으면 하는 게 대부분 세무사들의 바람일 것이다. 하지만 납세자를 대리해 사업자등록을 신청한 세무사가 일반 납세자보다 더 불리한 대접을 받았다는 세무사들의 탄식이 세무사회 홈페이지를 장식하는 것이 오늘날 과세관청과 세무대리인의 관계다.
이런 가운데 세무사회 선거 때마다 회장 후보들은 국세청과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겠다고 공약해 왔다. 하지만 현실은 줄 것은 다 주고 얻어야 할 것은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세무사들은 추가 비용을 들여 직원을 고용하거나 장비를 갖추는 어려움 속에서도 모든 세목의 전자신고, 근로장려세제 정착에 필요한 자료 제출 등 묵묵히 세정에 기여해 왔다. 이제 세무사가 없으면 국세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세정에 대한 세무사의 역할은 막중하다. 하지만 세무사가 정부로부터 대접받는 수준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으니 세무사들의 불만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지 않는가?
세무사에 대한 징계는 어떤가? 세무사징계양정규정은 그야말로 세무사의 목을 죄고 있다. 세무사의 직무와 관련된 수입금액 누락 및 비용 과다계상 금액이 2억원 이상이면 세무사등록이 취소되고, 5000만원 이상이면 1년 동안 직무가 정지된다. 500만원 미만 300만원 이상이면 과태료 100만원이 부과되고, 300만원 미만이면 견책을 받게 된다.
현행 세무사징계규정에 의하면 세무사가 세무조사를 받으면 징계로 이어지게 돼 있다. 세무사의 수입누락과 경비과다 계상 금액이 1원이라도 있으면 징계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세무사는 재정경제부와 국세청에 목을 대 놓고 있는 처지나 다름없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지금까지 세무사회 집행부는 뭘 했는가? 말끝마다 회원을 위한다면서 내부 갈등으로 허송세월만 보낸 것 아닌가?
세무사업계가 사방으로부터 협공을 당하고 있지만 희망이 보이면 세무사회 회원들은 현재의 어려움을 참을 수 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세무사의 업무영역은 확대되기는 커녕 외형 5억원 미만 사업자가 외부 세무조정 대상에서 제외됐고, 성실납세제도 도입이 추진되는 등 오히려 업무영역이 축소되는 추세에 있다.
불완전한 세무사제도도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변호사는 소송업무, 공인회계사는 회계감사, 관세사는 통관업무 등 전문자격사마다 고유 업무가 있다. 그러나 세무사는 세무사만이 할 수 있는 고유 업무가 없다. 세무사의 주요 업무인 기장대리시장은 변호사 및 공인회계사와 공유하고 있는데다 경영지도사 등 유사 자격사들이 넘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무자격자들의 업무침해로 무주공산이 돼 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조세소송대리권 확보, 회계참여제도 도입은 거대한 변호사와 회계사 단체에 가로막혀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납세자의 성실한 납세의무 이행을 도우면서 묵묵히 세정에 협조하는 세무사가 사방으로부터 협공을 당하고 세정당국으로부터 홀대받을 이유는 없다. ‘따뜻한 세정’을 주창하는 국세청은 납세자에 대한 따뜻한 가슴 못지않게 세정의 필수적 협조자인 세무사에 대한 따뜻한 배려도 중요하다. 국세청이 성실한 납세자의 애로를 찾아서 해결해 주듯이 세정에 성실하게 협력하는 세무사가 어떤 애로사항에 처해 있는지를 찾아서 해결해 주는 것도 필요한 것이다.
지금 세무사회 회원들은 차기(次期) 리더를 선택해야 할 시점을 맞고 있다. 세무사회를 이끌 리더의 선택은 회원들의 몫이다. 하지만 세 가지 선택기준만은 꼭 지켜야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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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은 물론이고 오랫동안 회원들에게 손해가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첫째, 세무사회는 위에서 언급한 과거의 잘못을 또 다시 되풀이 할 시간이 없다는 것, 둘째, 조용하게 내부 조직과 회원을 통합할 수 있는 유연한 사고를 가진 리더가 시대적 요구라는 것, 셋째, 세제와 세정 당국과 힘 있는 동반자관계를 구축해 세무사제도를 개선하고 업무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열정과 능력을 가진 리더'가 세무사회를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