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타이어 및 튜브제조업체로 유명한 한국타이어(대표 서승화)가 '세무조사 추징액'과 관련해 국세청과 다툰 끝에 유리한 결과를 얻어냈다.
한국타이어가 국세청으로부터 조사를 받은 시점은 지난 2004년 9월(정기조사). 같은 해 12월 국세청은 세무조사 결과에 따른 세금추징액(법인세 등)을 경정고지 했다. 한국타이어는 이듬해인 3월 국세청이 경정고지한 세금에 대한 과세불복을 제기했다.
한국타이어는 총 7개의 과세쟁점을 가지고 국세청과 맞붙었다. 최근 마무리된 국세심판원의 심판결정에 따라 과세쟁점 중 5개에 대해 재조사 또는 경정 결정을 이끌어냈다. 국세심판원은 특히 심판결정 과정에서 국세청의 조사가 부실한 조사였음을 밝혀냈다.
국세심판원은 26일 한국타이어가 지난 2005년 3월 제기한 총 7개 과세쟁점, 197억8500여 만원에 달하는 과세불복 심판청구에 대해 5개 과세쟁점에 대해서는 재조사(2건) 또는 경정(3건), 2개 과세쟁점에 대해서는 기각(납세자 패소)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특히 심판원은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상 투자세액공제 적용 요건을 채운 투자행위에 대해 투자세액공제를 허용치 않은 국세청의 결정을 뒤집고 이를 재차 조사해 투자세액을 공제해 세금을 다시 계산하도록 결정하는 한편 해외파견 직원의 인건비를 인정하지 않은 국세청의 당초 결정도 재조사를 거쳐 시정토록 권고했다.
□"'투자세액공제' 신청 없더라도 적용대상 되면 공제해야" =심판원에 따르면 한국타이어측은 지난 1999년부터 2003년에 걸쳐 투입한 총 2230억원 규모의 시설투자비용에 대한 임시투자세액공제(이하 임투)를 신청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임투 적용대상이 아닌 시설이 끼어 있었던 것이 '화근'.
국세청은 조사과정에서 임투 공제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시설 투자비용(공해방지시설, 에너지절약시설, 연구시험용시설 등)을 인정하지 않았다. 아울러 회사측이 이 시설들과 관련한 투자세액공제 신청을 하지 않았다며 과세처분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이에 한국타이어측은 "현행 법상 투자세액공제 관련 규정은 납세자의 협력의무를 규정한 것에 불과하고 요건이 충족되기만 하면 과세관청이 공제항목을 변경해 세액공제를 적용해야 한다"며 부당성을 주장했다.
심판원은 이와 관련해 "투자세액공제 적용을 위해 공제신청을 하도록 한 것은 '협력의무'를 부과한 것에 불과한 점 등을 감안할 때 (납세자의 신청이 없더라도)세액공제 요건이 충족되면 당연히 공제를 해줘야 한다"며 "청구법인이 투자한 시설이 비록 임투 적용대상에 해당되지 않더라도 현행 법상 다른 투자세액공제 적용대상에 해당되면 항목별 투자세액 공제 적용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심판원은 이어 "국세청은 투자세액공제요건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재조사해 요건을 채운 시설투자에 대해서는 각 공제항목 별로 세액공제를 적용해 세액을 경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80억짜리 '가짜재산(?)'-평가기관 감정평가서만 믿고 과세 =국세청의 '부실조사'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국세청은 지난 1998년부터 2000년까지 한국감정원이 실시한 한국타이어의 자산재평가 감정평가서에 '불명자산'이라고 기재해 재평가대상에서 제외된 80억원 상당의 자산을 가공자산으로 판단해 이에 대한 감가상각비를 전액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국세청이 가공자산이라고 판단한 80억원 상당의 자산은 심판원 조사결과 실재로 존재하고 있는 자산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결과적으로 제대로 된 조사절차 없이 평가서 문구에만 의존에 무리한 과세권을 휘두른 것.
심판원은 이에 대해 "국세청이 가공자산으로 간주한 불명자산에 대한 입증이 없고 이후 감정기관이 감정을 거쳐 존재여부가 입증되면 불명자산을 가공자산으로 봐서는 안된다"며 "한국감정원 감정평가서에 불명자산이라고 표기되어 재평가대상에서 제외된 자산을 가공자산으로 추정해 감가상각비 전액을 부인한 처분은 사실조사가 부족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70여명 인건비 전액 '업무무관 비용'으로 간주 =국세청은 이와 함께 한국타이어측이 해외판매법인(중국, 일본, 독일 등)에 파견한 일단의 간부급 직원(사원 포함) 70여명에 대한 인건비 지출액을 전액 '업무무관 비용'으로 간주 손금부인한(56억여원)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판매법인의 경우 독립된 별개 법인으로 파견직원의 업무는 현지법인의 주주로서 수행하는 업무일 뿐 국내본사와 관련한 업무에 종사한 직원들로 볼 수 없다는 것이 국세청의 논리였다.
그러나 심판원이 해외근무 중인 직원과의 전화통화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이들 파견직원들은 현지 생산공장 관리·감독, 시장조사 및 각종 행정업무 등 국내본사의 업무를 대신해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심판원은 결정문을 통해 "내국법인이 출자한 해외판매법인에 직원을 파견하고 인건비를 지불하는 경우 사실상 내국법인 업무에 종사하는 것으로 인정될 때는 인건비 등을 손금산입할 수 있다"고 결정, 국세청이 내세운 과세논리를 완전히 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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