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게임은 포커와 같아 오로지 나의 선택이 나의 생사를 결정하는 게임이다."
'제3창업' 시험대에 오른 최태원 SK 회장이 최근 '포커 경영론'을 부쩍 강조하고 있어 주목된다.
22일 SK에 따르면 최 회장은 최근들어 기존의 낡은 틀이나 사고에 얽매이지 않은 채 무한 속도의 글로벌 환경 변화에 대응한 유연한 전략의 중요성을 반복적으로 언급하며 임직원들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이를 두고 최 회장이 잦은 글로벌 행보를 통해 파악한 세계경영 흐름을 나름대로 소화한 뒤 이를 새로운 전환점을 맞은 SK 구성원들에게 다양한 형태의 메시지로 풀어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같은 메시지의 종합판은 지난달 하순에 계열사 신임 임원 80여명과 함께한 '회장의 대화'였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세계무대에 진출한 국내 대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때때로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 뒤 "이는 여러 변화 가능성에 대한 옵션 비즈니스 모델을 같이 끌고 나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글로벌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기존 사업방식에서 벗어나 시시각각 생기는 장애요소와 변화를 감안해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적절하고 유연한 대책을 세울 줄 알아야 한다"면서 "글로벌 전략은 변화무쌍한 옵션이 없다면 불가능한 얘기"라고 했다.
따라서 그는 "글로벌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선 비즈니스 확장범위가 매우 넓어야 하고 글로벌 전략 안에 무궁무진한 변화 가능성과 옵션을 담고 있지 못하다면 글로벌 게임은 나홀로 게임일 수밖에 없다"면서 "경쟁자들에게 우월한 전략을 제시하지 못하면 언젠가 우리 자신이 죽게 돼있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이러한 경영을 포커 경영이라고 하더라"고 소개한 뒤 "상대방과 나의 전략이 보이는 가운데 그것을 감안해 대응하는 일종의 체스 경영을 주로 해왔던 과거와 달리 앞으로의 글로벌 마켓은 포커 게임처럼 움직이게 돼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포커 게임은 앞으로 어떤 상황이 펼쳐질 지 알 수없는, 모든 게 불확실한 게임이며 판세가 불리하거나 가망이 없으면 신속하게 죽을 줄도 알아야 하는 게임"이라고 덧붙이고 "카드 패가 좋아야만 이길 수 있는 게임도 아니다. 오로지 나의 선택이 나의 생사를 결정하는 게임"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글로벌 게임에선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택해야지 내가 잘 해왔던 방식이 최선이라고 생각해선 안된다"고 지적하고 "여러분이 지닌 기존의 지식과 비즈니스 모델들이 글로벌 환경에서 경쟁력이 있는지 새롭게 검증받아야 하며, 그런 검증없이 과거에 통용됐던 경험과 경력만 갖고 그대로 적용해선 미래의 경쟁력을 보장할 수 없음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 회장은 "글로벌화를 위해선 과거에 내가 어떻게 했다는 기존의 지식과 관성은 버리라"고 일갈했다. 나아가 "그것을 부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라"고도 했다.
최 회장은 "앞으로 변화의 속도와 폭은 점점 더 커질 것인데 여기에 움츠러들면 안된다. 왜냐하면 한번 한번 움츠리기 시작하면 어마어마한 변화 속도에 크게 뒤처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며 "변화에 적응하고 움직일 수 있기 위해 여러분에게 무리하다 싶을 정도의 요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어 최 회장은 "글로벌 환경에선 모두의 의견을 수렴하고 합의를 이룬 뒤 전략 단계의 표를 짜는 것은 더 이상 통하지 않고, 해보기도 전에 문제점만 보고 해결안부터 찾는 것은 무의미하다"면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방향이 서면 일단 재빨리 부딪혀 보고 그에 따른 결과와 교훈을 통해 더 나은 것을 다시 한번 만들어보는 게 바람직하다"며 실천을 통한 피드백을 역설했다.
최 회장은 특히 "우리는 글로벌화를 규격화하려는 데 너무 집중하는 게 문제로, 시스템적인 노력에만 연연하는 것은 바보스러울 수도 있다"고 자성하고 "글로벌 전쟁에서 관건은 스피드이며, 천차만별의 기준이 넘쳐나는 해외에서 중요한 것은 신속한 어플리케이션(적용 또는 응용) 능력임을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