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합재무제표' 역사속으로 사라질까

재벌총수가 경영을 지배하고 있는 모든 계열사를 하나로 보고 작성하는 재무제표인 '결합재무제표'가 국제회계기준 도입과 함께 그 폐지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1일 금융감독위원회 및 금융감독원과 재계 등에 따르면 연결재무제표를 주 재무제표로 하는 국제회계기준이 오는 2011년 전면 도입될 경우 결합재무제표와 연결재무제표의 의미중복이 불가피하다.

연결재무제표에 결합재무제표와 유사한 실질 지배력 기준이 도입돼 있기 때문.

금감원 관계자는 "연결재무제표만으로도 계열사간 재무흐름을 대부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결합재무제표의 의미가 퇴색된다"며 "자산 2조원 이상의 기업에 대해 결합재무제표 작성을 의무화하고 있는 외감법(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등의 법령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결합재무제표는 허수아비(?)=결합재무제표는 수출 대행과 원자재 납품 등 내부거래와 상호 지급보증 등 계열사간의 지원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것으로 지난 1999년 재벌관리를 목적으로 도입됐다.

그러나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이라고 해서 모두 결합재무제표를 작성해오지는 않았다.

금감위가 지정한 결합재무제표 작성 그룹은 2005년에는 자산 2조원이상인 47개 대상 기업 중 17개 기업이었으며 이 중에서도 이후 작성면제 그룹이 추가되는 등 최종 작성기업은 15개에 불과했다.

2006년 역시 결합재무제표 작성그룹 선정에서 56개 대상기업 중 36개 기업이 작성 면제그룹에 포함됐으며, 지난 24일 발표된 결합재무제표 작성그룹명단에서는 이 중 4개 기업에 대해 작성면제가 추가돼 실질적인 결합재무제표 작성기업은 대상기업의 30%도 되지 않는 16개 기업에 불과했다.

결합재무제표작성이 면제된 기업은 대부분 외감법상 자산총액 및 부채총액이 결합대상계열회사 자산총액 및 부채총액의 80%이상을 차지해 결합재무제표 작성이 면제되거나 결합대상회사가 정리절차에 들어가는 등의 사유로 면제됐다.

참여연대 김상조 경제개혁센터소장은 "결합재무제표 도입 당시에는 굉장한 제도변화와 감춰진 비밀이 밝혀질 것이라는 재계의 엄살도 있었지만, 사실상 예외조항이 많아 대부분의 그룹이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고, 그룹의 어떤 추가적인 정보도 제공해주고 있지 못한 것이 결합재무제표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사회적 합의는 이뤄졌다(?)=사회적으로 결합재무제표의 폐지에 대한 인식의 공유는 이미 상당부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무제표 작성에 부담을 갖고 있는 기업들은 제도 도입 당시부터 꾸준히 반대의견을 개진해 왔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결합재무제표는 국제적으로도 우리만 갖고 있는 제도"라며 "그동안 기업들이 계속적으로 건의를 해왔고 이번에 감독당국에서도 정식으로 의견교환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재벌개혁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는 시민단체도 그 실효성의 문제를 중심으로 결합재무제표의 폐지에는 일단 긍정적인 반응이다.

참여연대 김상조 소장은 "수고스럽기는 하지만 연결재무제표 여러개를 살펴보면 결합재무재표를 보는 것과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결합재무제표를 지금에 와서 폐지하는 것은 아쉽지만 예외조항을 워낙 많이 두고 있어 실효성이 없는 결합재무제표를 그대로 이끌고 가기보다는 보다 실효성이 있는 연결재무제표를 강하게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기업집단의 경제력집중을 견제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는 결합제무제표의 폐지 논의를 여전히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외국의 경우 기업집단의 상호 지분율이 매우 높아서 연결재무제표로도 파악할 수 있겠지만 우리의 경우 소수지분이 더 많아서 연결재무제표로 따지면 피해갈 수 있는 기업집단이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법개정은 여전히 산너머 산=감독당국에 따르면 결합재무제표의 작성의무를 폐지하기 위해서는 해당 의무조항이 명시돼 있는 외감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아울러 공시의무에 대한 규정이 있는 증권거래법의 개정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법개정은 국회의원들의 발의에 의해서도 진행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부처간 협의가 바탕이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금감위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진행된 부분은 없지만 사회적으로 인식을 같이 하고 있는 만큼 법개정부분은 국제회계기준 도입 과정에 맞춰 진행될 것으로 본다"며 "금감위가 건의해 재경부와의 합의를 거쳐 입법이 될수도 있고, 재경부쪽에서 바로 진행할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결합재무제표의 폐지와 관련해 금감위와 재경부간의 별다른 논의는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재경부 관계자는 "아직 결합재무재표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건의 받은 내용이 없다"며 "금감위에서 건의가 된다고 하더라도 공정위와의 협의도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 역시 "금감위와 협의한 내용이 전혀 없다"는 상황이어서 이르면 2009년부터 조기도입될 국제회계기준도입에 상응하는 결합재무제표의 존폐논의는 이래저래 아직은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