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각적 지원으로 수천억 과세철회 등 이미 '발빠른 행보'
최근 중국과 베트남 그리고 인도 등에 진출한 한국기업에 대해 현지 과세당국이 이전가격과세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국세청이 해외에 진출한 기업의 현지 세정애로 타개는 물론 우리나라 과세권 확보를 위해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미 지난해 9월 이후 1년도 안돼 미국과 유럽 선진국들 우리기업에 대한 부당한 과세에 상호합의절차(조세분쟁해결절차)에 나서 총13건을 타결해 수천억원에 달하는 과세처분을 철회시켰으며, 값으로 환산할 수 없는 총16건의 이전가격 사전합의도 일궈냈다.
국세청은 3일 "최근 중국·베트남·인도 등 현지 과세당국의 우리기업에 대한 이전가격조사 위험증가가 국제조세의 최대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현지진출기업이 이전가격과세 위험에서 벗어나 사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국세청이 다각적인 지원을 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국세청이 이처럼 해외진출 기업의 현지애로해결에 적극 나서는 것은 지난해 OECD국세청장회의의 성공적 개최 등으로 높아진 한국 국세청의 위상을 십분 활용, 높아진 위상에서 만족할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우리기업과 과세권을 보호하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한 것.
국세청에 따르면 이전가격분쟁 관련 금액의 규모는 영국 제약회사인 Glaxo SmithKline(글락소 스미스클라인)사의 1989∼2005년에 거래에 대해 미 국세청이 이전가격과세를 함에따라 90년대 초부터 약15년에 걸친 분쟁(이전가격)끝에 지난해 9월 세금 약 3조4000억원(미 국세청 사상 최고의 이전가격과세 납부액)을 납부하기로 미국국세청과 합의할 정도로 거액이다.
이와 관련 국세청은 "이전가격 조사는 많게는 16년치 거래분에 대해 이뤄지는 등 조사기간이 장기이고, 이에 따른 세액이 너무 커서 기업의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전가격과세의 위험을 미리 해결하려면 이전가격사전승인제도를 활용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를위해 국세청은 기업들의 이전가격사전승인제도 활용을 적극 유인키로 했다.
이전가격사전승인(APA; Advance Pricing Arrangement)제도는 납세자가 특수관계자간 거래에 적용할 이전가격(정상가격산출방법)을 국세청에 사전승인을 받는 제도로, 과세당국간 상호합의로 사전승인을 얻게 되면 이전가격과세위험은 사라진다.
이전가격과세가 늘어날수록 이전가격 과세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이전가격사전승인신청이 증가되고, APA가 늘어날수록 이전가격과세건수가 상대적으로 줄어 과세이후의 상호합의가 줄어든다.
실제로 외국 과세당국의 이전가격과세 강화에 따라 국세청에 대한 APA 신청건수는 2001년 5건에서 지난해에는 20건으로 5년새 4배나 늘었으며, 세무조사결과 과세에 따른 상호합의신청건수는 2001년 14건에서 지난해 8건으로 소폭 줄었다.
안원구 국세청 국제조세관리관은 "APA는 그러나 방대한 서류준비와 외부전문가 이용 등 APA신청에 상당한 부담이 있어 대기업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외형 300억원 미만의 중소기업에 대해선 국세청이 가장 복잡한 정상가격산출방법을 대리하는 간이 APA제도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 국장은 이와 함께 "동남아 주변국가에 진출한 한국기업이 무리한 과세를 피하려면 해당국가의 세정역량도 높아야 한다"며 "이들 뿐만 아니라 러시아·중앙아시아·중동지역 국가에 대해 우리의 우수한 세정인프라를 소개, 세정 선진화를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이들 지역에 진출한 우리해외기업의 세무애로 해소를 위해 ▲과세당국간 고위급 협력관계 구축 ▲세무협력관 증설 ▲세무안내 책자 발간 등 다방면의 세정지원수단을 강구할 것이라는 것이 안 국장의 설명이다.
국세청은 지난 1일 전략적 조세외교 등 글로벌 세정의 추진을 위한 세정역량강화를 위해 국제조세 업무담당자 360명이 개청이래 최초로 모여, 우리의 과세권 보호와 해외진출기업 지원을 위한 국제조세 워크숍도 가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