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선 경선후보들의 공식선거전이 21일 시작돼 열전 30일간의 레이스에 들어간다.
검증청문회라는 큰 고비를 넘긴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는 선거운동 기간에 '수성'과 '역전'을 위해 사활을 건 총력전에 나설 태세이다.
지난 2002년 경선에서는 지역을 돌며 순차투표를 한 것과 달리 올해는 내달 19일 전국적으로 `원샷투표'를 하기 때문에 각 후보진영은 막판까지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숨막히는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李 '대세 굳히기' = 경선의 최대분수령인 검증청문회를 '성공리'에 마쳤다고 자평하면서 사실상 "게임은 끝났다"는 분위기다.
수개월간 계속된 검증공세에도 불구하고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표와의 지지율 격차가 10% 포인트 이상을 유지하면서 대세가 굳어진 만큼 큰 이변이 없는 한 승리는 '떼놓은 당상'이라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것.
캠프측은 당 안팎의 네거티브에 대한 '무대응 전략'이 주효했다고 보고 남은 기간에도 정책공약을 알리는 데 주력하면서 원칙적으로 '포지티브 선거운동'을 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유권자들을 직접 대할 수 있는 지방 합동연설회에서도 상대방 흠집내기 보다는 '경제대통령'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동시에 '당의 화합'을 거듭 강조함으로써 차별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다만 박 전 대표에 대해서는 개인정보 부정발급 및 대운하 정부보고서 유출 연루 의혹을 들어 도덕성 문제를 계속 제기하는 한편 정부와 범여권에 대해서는 국가정보원의 정치사찰 논란에 방점을 찍고 집권세력의 '이명박 죽이기' 공작을 강조함으로써 공격의 시위도 늦추지 않겠다는 태세다.
이 전 시장측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역시 검찰수사 '변수'다. "차제에 의혹을 말끔히 씻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으나 수사 과정에서 또다른 의혹이 불거질 수 있는데다 박 전 대표측에서 결과와 관계없이 검찰수사 자체를 적극 활용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
진수희 대변인은 "이번 경선구도를 '이명박이냐 아니냐'로 유도함으로써 사실상 본선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며 "정책을 통한 포지티브 캠페인이 선거운동 전략"이라고 말했다.
◇朴 '합동연설회 승부수' = 정책토론회와 검증청문회로 이어진 '1차 검증'에서 성과를 거뒀다고 보고 '2라운드 검증'에 나설 태세다.
퍼스트레이디, 당 대표, 국회의원 등의 경험을 부각시키면서 '지도자'의 역량을 강조하는 포지티브 캠페인을 주 전략으로 하되 동시에 이 전 시장의 '하자'를 드러내는 공세를 곁들이는 '양면작전'을 구사하겠다는 것.
최경환 캠프 종합상황실장은 "어제 검증청문회에서 주제만 던져놓고 의혹만 키웠기 때문에 진위 여부나 사실관계 확인을 언론이나 시민단체, 상대 후보측에서 하는 것이 당연하다"면서 "검증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측은 특히 캠프에서 나서지 않아도 이 전 시장과 관련된 의혹이 검찰조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아울러 지난 4차례의 정책토론회와는 달리 13차례의 합동연설회는 정해진 주제가 없는 만큼 후보들의 진짜 실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지역별로는 이 전 시장에 비해 열세를 보이고 있는 수도권과 호남지역의 유권자를 집중 공략하는 동시에 경선판도를 좌우할 대의원과 당원의 표심을 끌기 위한 물밑작업도 한층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김재원 캠프 대변인은 "합동연설회와 TV토론회에 역량을 집중하는 한편 조직확대와 후보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면서 "아울러 현지 정책투어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은 일정 = 오는 21일 0시부터 내달 18일 자정까지 후보들이 할 수 있는 선거운동은 극히 한정돼 있다.
당내 경선이지만 대부분 선거법을 준용하고 있는데다 당에서도 경선 과열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강해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도 이전과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게 당 관계자의 말이다.
우선 후보들은 당사와 지역 당원협의회 사무실 등 내부에 선전벽보를 부착할 수 있고 8쪽 분량의 인쇄홍보물을 유권자들에게 배포할 수 있다. 또 후보자와 배우자, 수행원은 홍보 명함을 배부할 수 있고 행사장 안팎에 현수막도 3개까지 걸 수 있게 된다.
합동유세장 등 행사장에서는 도열, 연호, 행진이 가능하고 꽹과리나 징과 같은 응원도구도 허용된다. 이밖에 대선 예비후보 자격으로 16쪽 분량의 홍보물을 제작, 배부할 수 있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합동유세. 오는 22일 제주를 시작으로 ▲광주.전남(24일) ▲부산(26일) ▲울산(27일) ▲인천(30일) ▲강원(8월 1일) ▲충북(3일) ▲경남(6일) ▲대전.충남(8일) ▲전북(10일) ▲경기(13일) ▲대구.경북(14일)에 이어 17일 서울에서 마무리 된다.
당은 이어 내달 19일 경선투표 및 여론조사를 실시한 뒤 이튿날인 20일 서울 잠실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전당대회를 열어 본선에 진출할 당 대선 후보를 공식 선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