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국회의 감사청구에 따라 국정홍보처 등 4개 부처의 '특수활동비 집행전반'에 대해 감사를 벌인 결과 국정홍보처가 특수활동비 전액을 처장과 차장에게만 지급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처장과 차장은 2005년 1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22개월 동안 3억6400만원의 특수활동비를 받고도 '현금수령자 영수증'만 증거서류로 남겨, 이 돈이 어디에 사용됐는지 그리고 실제 특수활동비로 사용됐는지는 감사원 감사로도 확인할 수 없었다.
감사원은 25일 "국회의 감사청구에 따라 지난해 말 국정홍보처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국가청소년위원회, 국민고충처리위원회 등 4개부처에 대한 특수활동비 집행전반에 대한 감사를 벌인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특수활동비는 일반회사의 '기밀비'에 해당되는 ▲사건수사 ▲정보수집 ▲각종 조사활동 등을 위해 사용되는 부처비용이며, 다른 비용항목으로는 원활한 업무수행이 곤란한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편성돼야 한다.
그런데 사건수사나 기밀스런 정보수집과는 다소 거리가 있을 법한 국정홍보처의 경우 특수활동비 명목으로 처장과 차장에게만 3억6400만원을 지급하고, '현금수령자 영수증'만 갖춰놨기 때문에 실제 사용여부조차 확인할 수 없는 것.
민주평통과 국민고충위 역시 기밀스럽게 쓴다며 특수활동비를 편성하고는 특수활동비보다는 ▲유관기관 간담회 개최 ▲축·조의금 ▲화환 및 조화구입 등 기밀스럽지 않은 업무추진비 용도로 더 많이 썼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정홍보처는 감사과정에서 "특수활동비는 주요 국정홍보 현안이 발생했을 때 각계 전문가·단체·언론인 등 여론 주도층과 접촉해 여론청취나 홍보를 위한 의견자문을 위해 썼다"며 "이들이 신분노출을 꺼려 증빙을 갖추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국정홍보처는 "처장에게 지급한 특수활동비 중 일부는 홍보기획단장 등이 대신 집행했다"고 해명했다는 것. 이에 대해 감사원은 "국정홍보처가 특수활동비를 실제로 해명한 목적대로 썼는지, 직원이 일부 썼는지는 증빙이 없어 확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감사원은 "특수활동비를 썼을 때 다른 비용항목처럼 집행증거서류를 구비한다면 예산집행 불투명 논란은 없겠지만, 성격상 사용내역을 일일이 밝힐 수 없는 측면이 있어서 징계 등을 요구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결국 기획예산처 장관에게 "업무추진비·직무수행경비 등 다른 비목으로 업무수행이 가능한 부분은 특수활동비 예산으로 편성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통보하는 수준에서 감사결과조치를 마무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