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심판원(원장 이희수)이 유흥주점에 대한 세무조사 과정에서 국세청이 양주 1병당 평균 판매가격을 무조건 20만원으로 봐 추계과세를 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재조사 결정을 내렸다.
양주의 종류별 판매가격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단지 징세 편의를 위해 평균 가격을 일률적으로 산정해 과세한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 국세심판원의 입장.
국세심판원은 31일 유흥주점을 운영하는 A씨가 국세청의 양주 판매가격 추계조사에 대해 부당하다며 제기한 심판청구에 대해 이 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심판원에 따르면 광주지방국세청은 지난 1월 전남 여수의 한 유흥주점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인 결과, 업주인 A씨가 봉사료 지급대장과 확인서 외에 수입금액을 확인할 수 있는 일일장부 등의 서류가 보관돼 있지 않아 추계조사를 결정했다.
광주국세청은 여수지역의 유흥협회에 문의해 양주 1병당 판매가격이 20만원이라는 답변을 토대로, 지난 2002년부터 2004년까지 수입금액 누락에 대한 종합소득세 2억여원과 부가가치세 및 특별소비세 각각 7000여만원 등 총 3억4000여만원의 세금을 경정고지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추계조사를 할 경우에도 구체적인 가격기준에 의해야 하는데, 일률적으로 양주 1병당 20만원으로 추계한 것은 동종업계가 인정하는 양주판매가격에 비춰 현실과 많은 괴리가 있다"며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A씨가 제출한 인근 유흥업소 확인서에 따르면 2007년 3월 현재 양주의 종류별 판매가격은 ▲발렌타인 17년산 25만원 ▲윈져 17년산 20만원 ▲발렌마스터스 20만원 ▲라미티드 15만원 ▲렌슬렛 20만원 ▲시바스 15만원 ▲임페리얼 20만원 ▲스카치블루 15만원으로 진술됐다.
심판원은 이와 관련해 "국세청이 A씨의 수입금액을 추계조사할 때 종류별로 구분하지 않고 양주 1병당 판매가액을 20만원으로 산정해 과세한 것은 적절치 못하다"며 "A씨와 동일업종의 사업자 양주판매가격을 종류별로 재조사해 수입금액을 추계·경정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판원은 결정문에서 "추계조사 자체가 실제 사실과 정확하게 부합할 수 없는 한계가 있지만 과세표준 산정에서 실체적 진실에 가깝게 추계해 과세하는 것이 실질과세의 원칙상 타당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