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통합 정치인 면모 부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예비경선의 주요 관전 포인트 중 하나였던 이해찬(李海瓚) 후보와 유시민(柳時敏) 후보의 사제 대결에선 이 후보가 유 후보를 따돌리고 3위를 차지했다.
유 후보는 예비경선 전 기자간담회에서 "소망 같아서는 최소 3강 구도를 형성했으면 좋겠다. 최소 석달전부터 뛰었다면 손학규 후보를 제쳤을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5위에 그쳤다. '유시민 돌풍'이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 셈이다.
두 후보의 대결은 친노(親盧) 의원들간에도 논란을 낳았던 사안. 이광재 의원 등 의정연 출신 의원들이 유 후보의 출마를 반대하고 김태년 이광철 의원 등 참정연 출신 의원들은 적극 찬성했기 때문이다.
이 후보가 "노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나를 적임자로 볼 것"이라며 '친노 스탠스'를 유지한 것과 달리 유 후보는 "노 대통령은 노 대통령이고 나는 나"라며 노 대통령으로부터 '정치적 독립'을 시사해 또다른 관심을 모았다.
유 후보는 지난 2일 이 후보의 출판기념회 축사에서는 자신과 이 후보의 관계를 이창호 9단과 조훈현 국수(國手)의 관계에 빗대면서 '스승'에 대한 은근한 도전 의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유 후보의 예선 성적은 본경선 구도에도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질 것으로 평가돼왔다. '본경선 첫 4연전 후 단일화 논의'를 주장해온 유 후보가 예선에서 선전할 경우 이 후보와 한명숙 후보가 '친노(親盧) 후보 조기 단일화' 주장을 계속 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 후보측 관계자는 예선 결과 발표 후 "3,4,5위가 단일화를 하면 곧바로 3강 구도로 갈 수 있다"며 "유 후보가 아닌, 한 후보가 4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유 후보의 입지가 줄어들게 됐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유 후보측은 이같은 예선 성적에 괘념치 않는다는 분위기다. 유 후보측 김태년 의원은 "앞서간 두 후보는 오래전에 출마한 사람들 아니냐"며 "처졌다고 해서 조급해하거나 실망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잠재력이 높은 후보에 대한 견제심리가 작동하지 않았겠느냐"며 '1인 2표제'의 맹점인 배제투표로 득표에서 손해를 봤을 가능성을 시사한 뒤 "유 후보는 이 판을 흔들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고 강조했다.
유 후보의 이 같은 전적에 비해 한명숙 후보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린 것으로 평가된다. 같은 여성 후보인 추미애 후보와 컷오프 통과를 두고 접전을 벌일 것이란 지배적인 관측과 달리 4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한 후보는 본경선 진출로 범여권 내 유일한 여성 후보의 프리미엄을 회복하게 됐을 뿐 아니라 신당 후보의 '친노 대 비노' 구도에서 친노 주자가 상대적 우세를 확보하게 만들어 후보 단일화에도 힘을 실어주게 됐다.
추 후보 역시 예비경선에서 탈락하긴 했지만 이번 컷 오프를 계기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통합하는 정치인의 면모를 부각하면서 정치 무대에 복귀하게 됐다는 점에서 정치적 플러스 요인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