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의 파업으로 점철된 과격 노동운동은 국내 노동운동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다.
조합원 4만5천여명의 국내 단일 사업장 최대 규모의 노조답게 과거 현대그룹노조총연합(현총련)과 민주노총의 핵심 사업장으로 회사와 현대그룹을 상대로 한 임단협 투쟁은 물론 노동현안을 둘러싼 대정부 투쟁의 선봉에 서서 강성 노동운동을 주도해 온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공권력 투입과 직장폐쇄, 휴업조치가 이어지고 파업 주동자의 구속사태 등으로 와해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강성 조합원들이 노조집행부를 장악하면서 민노총의 '쌍두마차'였던 현대중공업노조가 빠진 지금까지 노동운동의 '맹주'로 자리를 지켜왔다.
5일 현대차 노사에 따르면 노조는 1987년 창립 이후 1993년까지 회사와 현대그룹을 상대로 거침없는 파업투쟁으로 내달았다.
창립 첫해 노사갈등과 임단협 문제로 20여일간 파업한데 이어 이듬해 임금협상으로 25일간 파업하면서 직장폐쇄 조치가 내려졌고 1990년대 들면서부터는 현총련을 결성하고 현대그룹에 대해 공동임단협과 노동현안 해결을 촉구하는 선봉대로 나섰다.
90년 현총련의 임단협 연대투쟁을 전개하면서 15일간 파업해 공권력이 투입됐고 91년말∼92년초에 추가성과금을 요구하면서 35일간 파업해 휴업조치가 내려지자 직장점거로 맞섰으며, 93년에 또다시 임단협 때문에 35일간이나 파업해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하기도 했다.
그러나 94년 온건실리 노선을 추구하는 이영복 집행부가 출범하면서 파업에 대한 조합원들의 회의가 확산되고 현총련 공동임단협 투쟁이 현대차 조합원들에게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합리적 노사관계를 구축하게 된다.
노조창립 후 처음으로 94년 임금협상을 무분규로 타결한 노사는 이 때부터 97년까지 4년 연속 분규없이 임단협을 타결해 적어도 사내문제에 있어서만은 협력적 노사관계가 정착되는 듯했다.
무분규 임단협 속에도 우여곡절이 많아, 95년 해고근로자 양모씨가 회사 출입을 막는데 항의해 분신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노조집행부의 실리노선에 불만을 품고 있던 세력들이 이를 빌미로 파업을 주도해 회사에서 휴업조치를 내렸다.
또 96년 출범한 정갑득 집행부는 그해 연말 당시 신한국당이 상급단체의 복수노조 허용시점을 3년간 유보하는 노동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기습 처리하자 현총련과 민주노총의 전위부대로 나서 반대투쟁을 이끌었으며, 이 투쟁으로 울산지역은 물론 국가경제가 마비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94∼97년 이런 우여곡절 속에서도 신뢰를 쌓아온 노사관계는 98년 정리해고 사태로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했다.
당시 회사가 1만명 규모의 구조조정 계획을 밝히자 노조가 즉각 반대투쟁에 나서 36일간 파업하는 과정에서 흥분한 해고 대상자와 강성 조합원들이 현장 반장들을 폭행하는 등 노-사, 노-노간 유혈폭력사태가 빚어졌다.
이를 계기로 노사갈등과 불신이 최고조에 달해 결국 94년 이전의 불신과 대립의 노사관계로 회귀하는 결과가 초래되고 말았다.
이후 노조는 임단협에서 '징계위 노사 동수구성'이나 '비정규직 처우개선' 등 경영권을 침해하거나 노사문제 밖의 요구를 쏟아냈고 '비정규직법 반대'와 'FTA 반대' 등 민노총의 대정부 투쟁에 앞장서면서 지난해까지 파업을 되풀이해 회사에 10조원(107만여대)이 넘는 생산손실을 입혔다.
올해도 97년 이후 10년만에 무분규로 임단협을 타결해 또 한번 상생의 노사관계가 구축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으나 지난 1월 성과금투쟁과 6월 금속노조의 한미FTA 반대투쟁 등 두 차례에 걸쳐 13일간 파업해 노조사상 파업이 없었던 해는 94년이 유일하다.
이처럼 87년 이후 민노총 합법화를 위해 발전적으로 해체된 현총련과 민노총의 핵심 세력으로 국내 노동운동의 '메카'였던 현대차노조는 지난해 기업별 노동운동의 한계를 극복하고 정치세력화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산별노조로 조직형태를 변경해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로 국내 노동계에서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