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이른바 명품으로 불리는 외국 브랜드社의 임원들이었다. 이들이 서울세관을 찾은 이유는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자사 브랜드의 짝퉁 제품을 잘 잡아 주고 있는 관세청에 감사하다는 것.
구찌나 루이비통, 샤넬, 불가리, 버버리, 아르마니, 로렉스, 바쉐론콘스탄틴, 까르띠에 등 셀 수 없이 많아진 외국산 명품 브랜드 회사들은 명품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국내 소비자들 덕에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반면 그만큼 성행하고 있는 짝퉁제품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는 실정인데 한국이라는 곳에서는 제품도 잘 사주고 짝퉁까지 잘 잡아주니 감사할 따름일 것이다.
이른바 명품으로 불리는 이들 브랜드에 대한 관세청의 짝퉁 적발실적은 해마다 늘어 16개 해외브랜드의 경우 정품시가 기준으로 2005년 1593억2900만원에서 2006년에는 2조6668억1300만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적발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에만 3조원에 가까운 브랜드 피해를 우리 관세청이 막아준 셈.
브랜드별로 보면 작년의 경우 짝퉁 루이비통의 적발이 가장 많은 7698억500만원을 기록했으며 불가리(5223억2300만원), 까르띠에(1675억1500만원), 로렉스(1571억7400만원), 샤넬(1034억9400만원), 구찌(902억4400만원), 루이비통(663억4300만원) 등의 짝퉁도 어마어마하게 적발됐다.
지식재산권 보호라는 이름 하에 투입한 우리 공무원의 조사인력이 수입제품의 이익도모에 이만큼 기여하고 있다는 것은 '짝퉁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다는 기쁨을 삭감하고도 남을 떨떠름함이 남는 기분이다.
그들에게 이만큼 좋은 환경이 또 어디 있으랴만은 워낙 명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 명품이라면 중고도 모자란다는 세상이니 한탄스럽기만 하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이들 명품업체들이 관세청에 바라는 것이 또 하나 있으니 짝퉁을 적발하기는 하되 브랜드명은 밝히지 말아달라는 것.
자사 브랜드 보호를 위해 짝퉁은 최대한 적발하되 어느 회사 제품을 얼마나 잡았는지는 알리지 말아달라는 요구다. 짝퉁이 많은 브랜드로 인식되면 정품의 소비도 줄어들기 때문.
게다가 적발한 짝퉁물품도 브랜드 보호를 위해 불우이웃돕기 등에 사용치 못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참 얄밉다는 생각이 든다.
"농산물도 단속해야하고 마약도 단속해야 하는데 남의 나라 제품 보호해주는 데 힘쓰려고 하니 씁쓸합니다." 지난해 관세청이 실시한 짝퉁집중단속기간중 단속에 투입되었던 한 일선세관의 푸념이 자꾸 귓가에 맴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