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미국과 유럽 은행들이 자국시장의 매출 둔화를 극복하는 한편 신용경색을 헤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특히 중국과 인도, 동유럽 및 터키를 겨냥한 M&A에 경쟁적으로 뛰어들어왔음을 상기시키면서 이 때문에 M&A 시장이 과열되고 자산 가치가 과다하게 부풀려지면서 새로운 위험요소로 부상했다고 말했다.
BNP 파리바 영국법인의 책임자 루도비치 드 몽티예는 "신흥시장 자산에 거품이 끼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신흥시장의 (상대적인) 고속성장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지만 신흥시장에도 경기 사이클이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M&A 경쟁이 과열된 나머지 이들 신흥시장이 안고 있는 지정학적 위험, 경기 침체의 우려가 뒷전으로 밀리는 것도 심각하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유럽 은행이 M&A될 경우 자산 가치의 1.5배 수준까지 가격이 매겨지는 것이 관례이지만 신흥시장에서는 그렇지 않다면서 특히 폴란드, 터키 및 우크라이나의 경우 시가에 비해 3~4배 높게 거래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가격이 높게 매겨지는 것은 이들 지역의 고속성장이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이들은 덧붙였다.
한 예로 지난 2006년 터키의 데니츠뱅크는 씨티그룹과 소시에테제너럴, BNP 파리바 등이 치열하게 경합하면서 장부 가격보다 약 4배 비싼 가격에 지분이 넘어갔다는 점을 전문가들은 상기시켰다.
또 작년 7월 사우디 내셔널 뱅크가 터키의 터키예피난스 지분 60%를 시가보다 무려 5.8배나 비싸게 매입한 점도 지적했다.
이탈리아 방카 인테사도 2006년 우크라이나의 우크르소츠뱅크 지분을 시장가격의 5배 가량인 14억달러에 인수하려다 막판에 철회하기도 했는데 이탈리아 유니크레디트가 작년 7월 20억달러 이상을 주고 인수했다.
전문가들은 신흥시장 금융기관들이 이처럼 M&A의 초점이 되는 또 다른 이유로 현지의 기채 수요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폴란드와 터키가 그러한데 쾰버그 크라비스 로버츠(KKK)가 작년 12월 터키 해운회사 UN로로를 인수한 것도 이런 채널을 통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KKK와 또 다른 미국 사모펀드 블랙스톤이 터키 유통기업 미그로스를 34억달러 이상에 인수하기 위해 경합했음도 상기시킨 이들은 서유럽 사모펀드의 경우 이런 대규모 거래가 쉽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처럼 선진국 시장의 M&A 기회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신흥시장의 경우 사냥감이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격도 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신흥시장 매물의 가격이 갈수록 뛰고 있다"며 "거시경제 펀더멘털에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가격이 20~30% 더 상승한다면 거품이 심각해질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