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새 정부 총리 및 각료 후보군을 압축하고 정밀검증을 위한 개인 정보열람동의서 발송 작업에 들어감에 따라 누가 후보군에 포함됐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당선인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통의동 집무실에 출근하지 않았다. 이날 오후 태릉선수촌 국가대표 선수들과 영화를 관람하고 앞서 소망교회 예배에 참석하는 등 일부 개인일정을 소화하긴 했지만 주말 대부분의 시간을 조각의 큰 그림을 그리는데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후보군이 압축되고 이 당선인의 고민이 깊어지면서 당 안팎에선 이달 하순으로 예정됐던 총리 및 대통령실장(현재 비서실장) 발표 시점이 다소 앞당겨 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10여 명의 총리 후보군 가운데 1차 약식검증을 통과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은 이경숙 대통령직인수위원장과 안병만 전 한국외대 총장, 한승주 전 고려대 총장 서리 등이다.
이경숙 위원장의 경우 부동산과 부친의 친일행적 등을 둘러싼 의혹이 제기됐으나 모두 해소됐다는 후문이다.
여성이란 상징성 이외에 숙명여대의 혁신을 이끈 대학 CEO(최고경영자)로서 복잡다단한 인수위를 무난하게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과거 국보위 입법의원 활동 전력과 함께 이 당선인과 같은 소망교회 출신이라는 점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안병만 전 총장은 총장 재임시절 전별금 문제가 대두됐으나 큰 결격사유가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선인의 테니스 멤버로 대학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몇 안되는 인물인 데다 충청권(충북 괴산) 출신이라는 점에서 후보 가운데 한 명으로 거론되지만 정치감각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승주 전 고려대 총장 서리는 애초부터 큰 흠이 없었다는 분석이다.
김영삼 정부 시절 외무부 장관에 이어 현 정부에서 주미대사를 지낸 인물로, 대미관계를 복원하고 교육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요직을 차지했다는 점이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밖에 충청권 배려차원에서 이원종 전 충북지사도 후보군에 포함돼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고, 손병두 서강대 총장은 이 당선인의 `경제관'을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이름이 오르내리나 본인이 고사했다는 후문이다.
일단 당사자들은 자신의 총리설을 일축하고 있다.
이경숙 위원장은 이날 `정보열람동의서를 받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은 채 "저는 학교로 돌아간다고 말을 했는데요"라는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했고, 안병만 전 총장은 "받은 바 없다"고 답변했다.
이런 가운데 기존 총리 후보군 가운데 적임자를 찾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당선인 진영 일각에서 여전히 `박근혜 카드'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어 주목된다. 한 측근은 "박 전 대표가 총리직 거부의사를 수차례 밝힌 데다 최근 들어 새롭게 진전된 것도 없다"면서 "현재로선 가능성이 작지만 언제든 정치적 카드로 살아날 수는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통령실장에는 이 당선인의 오랜 측근이자 정책참모인 유우익 서울대 교수와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가운데 현재 당선인 비서실장인 임태희 의원의 이름도 계속 오르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