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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년간 우리나라 국제조세분야에서 가장 큰 이슈는 론스타, 뉴브리지 캐피탈 등 외국계 사모펀드들이 우리나라 기업들의 인수·합병에 참여해 단기간에 실현한 주식양도차익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과연 과세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에 집중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 외국계 사모펀드들의 주요 투자 특징을 살펴보면 대부분 미국이나 영국의 투자가들에 의해 설립되었고, 벨기에나 말레이시아의 |
우리나라의 법인세법과 소득세법에 따르면 외국의 투자가가 우리나라에서 실현한 주식양도차익중 지분율이 25% 이상인 소위 과점주주의 주식양도차익은 우리나라에서 과세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들 투자펀드들은 우리나라가 외국과 체결한 일부 조세조약이 비거주자·외국법인의 주식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할 수 없도록 되어있다는 점을 이용해 이러한 조세조약이 적용되는 국가를 통해 투자를 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과세당국은 이들 사모펀드들이 ‘조세조약을 이용한 조세회피’, 즉 treaty shopping(조세회피)을 시도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문제인식하에 국세청은 국내세법상 실질과세원칙을 적용하여 조세조약상의 비과세혜택을 부인하고 주식양도차익의 실질 소유자라고 판단되는 자에 대해 그 실질 소유자의 거주지국과 체결한 조세조약을 적용하여 과세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과세당국의 과세논리는 현재까지는 국세심판원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아직 법원에 의한 본격적인 판결은 나오지 않아 ‘미완성 과세’ 상태다.
현재 이 문제는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인데, 이들 외국계 사모펀드들은 국세청의 지속되는 과세와 그 과세논리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세청이 적용한 실질과세원칙은 국내세법에는 규정되어 있으나 조세조약에는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는데 따른 것. 국내세법상의 규정을 통해 조세조약상 허용되는 혜택을 부인하는 것은 국가간에 체결한 조약위반이고 더 나아가 국제법 위반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한 우리 과세당국의 입장은 다르다. 국내세법상 실질과세원칙을 적용하여 조세조약의 혜택을 부인하는 것은 OECD가 제정한 모델조세조약(국가간에 조세조약 체결협상시 모델로 활용하는 조세조약)의 주석서상에서 규정한 조약남용방지원칙에 부합하는 한 일반적으로 허용되고 있는 과세원칙이라는 주장이다. 즉 조세회피(treaty shopping) 행위에 대해 조세조약상의 혜택을 부인하는 것은 국제법 위반이 아니고 오히려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과세방식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과세당국의 논리에 대한 외국계 사모펀드들의 반박 논리는 어떨까? OECD 주석서상에서 국내세법상 실질과세원칙을 적용하여 조세조약의 혜택을 부인할 수 있도록 명확하게 규정한 것은 2003년 OECD가 그 주석서를 개정할 때 이루어 진 것이고 그 전에는 오히려 조세조약 개정을 통해 명시적으로 조약혜택 부인규정을 조약에 포함시키기 전까지는 당초의 조세조약상의 혜택을 부여하도록 하는 원칙, 즉 Pacta sunt servanda (직역을 하면 '계약은 준수되어야 한다'는 의미임) 원칙을 OECD가 채택하고 있었으므로 우리나라 과세당국이 2003년 이전에 체결한 조세조약에 대해 OECD가 2003년 변경한 조세조약 해석원칙을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이점에 대해서도 과세당국은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OECD 주석서 서문에 따르면 OECD의 모델조세조약 자체의 규정 개정에 수반되어 이루어지는 주석서상의 개정내용은 주석서 개정 전에 체결된 각국의 조세조약의 해석에 적용될 수는 없으나 그 이외의 주석서 개정내용은 모델조세조약의 의미를 명확히 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주석서 개정 전에 체결된 조약의 해석에 적용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국내세법상 실질과세원칙을 적용하여 조세조약의 혜택을 부인할 수 있도록 한 2003년의 OECD 주석서상의 개정내용은 2003년 이전에 체결한 조세조약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 과세당국의 입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OECD의 서문에 천명된 조세조약해석에 관한 일반원칙이 앞서 언급한 2003년 OECD 주석서상의 개정내용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과세관청의 주장이 우리나라 법원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지는 아직 미지수다.
왜냐하면 2003년 OECD 주석상의 개정내용이 과거에 불분명한 의미를 명확히 한 것에 불과하려면 2003년 이전과 이후의 OECD의 입장에서 상호 충돌되는 점이 없어야 하는 데 이 부분에서 과세당국과 납세자의 주장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또한 법원이 OECD의 주석서 내용 자체를 얼마나 존중해줄 것인가 하는 것도 최종 판결의 향방을 가름하는 중요한 변수이다. 우리나라도 OECD회원국이므로 크게 보아 OECD 과세원칙을 따라야 하는 국제법상의 의무를 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OECD 모델조세조약과 그 주석서는 우리나라에서 국회를 통과한 문서가 아니기 때문에 법률과 같은 효력을 지녔다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법원이 국회의 의결을 거쳐 효력이 발생한 특정 조세조약을 해석함에 있어 상기 주석서를 참고할 수는 있겠지만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법원이 판결을 위해 OECD의 주석서를 어느 정도 참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단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법원이 조세조송의 판결을 위해 OECD의 주석서에 의존하는 정도는 국가마다 다르나 OECD는 각국의 법원이 국제조세사건 판결시 OECD의 주석서를 존중하는 사례가 최근 들어 늘어나고 있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러한 추세가 우리의 법원에서도 받아들여진다면 이들 펀드들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과세당국과 국제적 펀드간의 ‘세금전쟁’에 대한 법원의 최종 판단이 주목되고 있다.
이경근 박사(UN조세전문가위원회 부의장 / 법무법인 율촌 / 前재정경제부 국제조세과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