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필부수품인 복합반도체(MCP)에 대한 관세를 둘러싼 업계와 관세당국간의 3000억대 소송에서 관세청이 사실상 '완패'했다.
MCP는 플래시메모리와 에스램(SRAM) 기능이 함께 들어 있는 컴퓨터나 휴대전화 데이터 장치에 쓰이는 장치로, 업체들은 1998년 5월∼ 2004년 5월 이를 수입하면서 관세율 0%의 `집적회로'로 신고했다.
그러나 관세 당국은 2004년 5월 MCP를 관세율 0%의 `집적회로'가 아닌 관세율 8%의 `기타 전기기기'로 분류해 삼성전자에 1500억여원, 도시바에 420억여원, LG전자에 225억여원 등 140여 개 MCP 수입업체에 총 3000억여 원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업계는 MCP가 전세계적으로 0%의 관세율을 적용받고 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고, 관세 당국은 이런 업계 의견을 받아들여 2006년 1월부터 무관세율을 적용하고 있지만 무관세율 시행 이전에 관세를 내지 않은 부분은 추징한 것.
27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정종관 부장판사)는 LG전자가 225억여원의 관세 및 부가가치세를 취소해 달라며 서울세관장을 상대로 낸 관세 등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또 이 법원 행정4부(민중기 부장판사) 역시 도시바와 팬택·팬택앤큐리텔이 세관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각각 420억여원과 37억여원의 관세 및 부가가치세를 취소하라며 업계의 손을 들었다.
이들 재판부는 "'집적회로'는 반도체 재료의 내부 또는 표면에 한 덩어리 상태로 집적돼 있어 분리가 불가능하도록 결합된 회로이지만 `기타 전자기기'는 고유의 기능을 가진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MCP가 `독립된 고유의 기능을 가진 전기기기'에 해당하는지가 여부가 쟁점이 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쟁점이 되는 MCP는 플래시 메모리와 에스램을 단일 패키지 내에 층층이 쌓은 물품으로, 플래시 메모리와 에스램은 휴대전화 등 메모리가 필요한 각종 전자기기에서 프로그램 및 각종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휴대전화는 통신 프로토콜이 없다면 본질적 기능을 할 수 없고, 현대에는 기술의 발달ㆍ융합으로 음성정보 외에 영상ㆍ문자정보 등의 송수신 등도 휴대전화의 작동과 조작에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MCP는 독립된 고유의 기능을 가진 전자기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에 따라 동일한 내용에 대해 삼성전자가 낸 1500억대의 관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 역시 영향을 받을 전망이어서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