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득종합과세, 오히려 부자에 '세혜택' 듬뿍"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은 요즘, 주식을 포함해 각종 간접투자상품에 대한 투자열풍이 불고 있다. 이는 시중 은행 예금금리가 낮아 은행에 고스란히 돈을 예치해 두는 것만으로는 재산을 불리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굳이 '돈이 될 만한' 간접투자상품 등을 찾아 '투자전략'을 짜는 등 노력을 하지 않아도 앉은자리에서 이자소득만으로 몇 천 만원, 심지어 수 억원씩을 벌어들이는 '금융부자 클럽'이 1만명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자·배당소득만으로 연간 4000만원 이상을 벌어들이는 금융소득자들에게 부과되는 금융소득종합과세제도 적용대상자들은 지난 2006년 기준으로 3만5924명. 이 가운데 1만2009명은 연간 이자·배당소득 금액이 1억원을 넘는 '초고액 금융부자'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 예금금리를 감안할 때 수 천만원에서 수 억원씩의 이자소득을 얻기 위해서는 예금 통장에 적어도 수 십억원의 돈을 저금해 놔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금융소득종합과세제도는 '형평성 확보'를 목적으로 도입됐다.
그러나 2002년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 이후 제도는 사실상 반신불수가 됐다는 지적이 많다. 부자들에 대한 '질투'라는 지적도 있지만, 제도의 패러다임에 대한 근본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의 목소리가 더욱 높은 상황이다.
□ '금융부자 클럽'= 현행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은 4000만원, 부부라는 가정을 세우면 8000만원. 개인을 기준으로 이자·배당 등 금융소득이 4000만원 이하일 경우는 분리과세, 이상일 경우 종합과세가 적용 세부담이 늘어난다.
상식적으로 판단해도 금융소득 4000만원 이상이 되려면 상당한 액수의 돈을 굴려야 한다. 말 그대로 '금융부자 클럽'이다. 20일 국세청이 발간한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이처럼 금융소득 4000만원 이상을 벌어들여 종합과세를 적용 받은 사람들의 숫자는 3만5924명.
이들이 벌어들인 금융소득금액은 무려 6조8600억7200만원에 달했다. 1인당 1억9000여만원의 금융소득을 번 셈. 직전년인 2005년 2만4561명이 5조3938억2700만원을 벌어들였다는 것과 비교할 때 양적인 성장이 뚜렷하다.
국세청에 따르면 이들 3만5924명의 금융부자들이 금융소득 외 벌어들인 기타소득금액은 4조4545억7400만원으로 다른 소득에 비해 금융상품에 돈을 투자해 더욱 '짭짤한 소득'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 "우린 격이 달라"…금융소득 연 1억원 이상자 1만2000명= 이 가운데 금융소득만으로 연 1억원 이상을 벌어들이는 '플래티넘 금융부자 클럽'에 속한 이들도 1만2009명에 달했다.
근로자들이 피땀 흘려가며 일해도 얻어내기 힘든 '연봉 1억원'을 이들은 별다른 노력을 투입하지 않고도 굴러가는 돈에 따라 수입을 얻고 있는 셈.
특히 5억원 이상의 금융소득을 벌어들이는 이들도 2105명에 달했다. 이자소득만 따져 5억원을 이자로만 벌기 위해서는 시중금리를 10%로 가정해도 50억원 이상의 예금액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5억원 이상 금융소득자가 2006년 벌어들인 금융소득금액의 액수는 3조5016억5900만원. 1명 당 무려 16억원 이상의 금융소득을 벌어들였다. 예금의 액수는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라는 설명이 가능한 것이다.
다만 이들은 금융소득 외에 벌어들인 소득은 변변치 않았다. 1인당 평균 4700여만원(금융소득외 소득금액 1조33억8000만원)에 불과했다(?).
□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 내려야"= 부부합산 금융소득 연 4000만원 이상자에 적용되던 금융소득종합과세제도는 2002년 헌법재판소가 부부합산 과세 '위헌결정'을 내리면서 사실상 반토막이 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부부별산 과세가 적용되면서 사실상 금융소득 연 8000만원 이상자에게만 적용되도록 제도가 변질됐기 때문이다. 실효성이 상실됐고 형평과세를 위해 도입된 제도의 취지가 퇴색됐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아니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실효성 확보를 위해 기준금액을 조정했어야 할 정부가 이를 가만히 놔두면서 논란의 단초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조세전문가들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을 2000만원 수준까지 깎아내려야 한다는 지적과 시도가 이뤄졌다. 그러나 정작 제도개선에 앞장서야 할 정부는 이 같은 시도에 반대논리를 펴며 '굼뜬 행보'를 보여왔다.
정부가 내세운 반대논리는 간단했다.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란 논리였다. 그리고 그 논리를 정부는 아직까지 버리지 못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