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과 부시'. 둘은 과연 친구인가 적인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6일 러시아 남부 흑해 연안의 휴양지인 소치에서 임기 중 마지막 정상회담을 가졌다.
푸틴 부시 대통령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 이후 퇴임하며 푸틴 대통령은 오는 5월 7일 후임자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선자에게 권좌를 물려주기 때문이다.
2001년 6월 슬로베니아에서 열린 양국 정상회담 이후 이번이 23번째 만남이었다.
당시 부시 대통령은 "푸틴은 미국과 함께 세계를 더욱 평화롭게 만들 사람이다. 그의 눈에서 영혼을 읽었다"고 극찬했다.
그때 양국은 "낡은 냉전시대 사고를 버리고 새로운 관계를 설정해야 한다"며 동반자 관계를 선언했다.
그리고 9.11테러 이후에는 테러 척결이라는 공동 목표하에 러시아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군사 작전을, 미국은 러시아의 체첸 무력진압을 서로 눈감아 주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이라크 침공과 구 소련 연방에 속해있던 그루지야와 우크라이나에 2003년과 2004년 소위 `색깔혁명'이 일어나 친서방 정권이 들어서고, 이어 발트 3국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하면서 둘의 관계는 점점 소원해 지기 시작했다.
2006년 푸틴은 의회연설에서 미국을 규칙이나 다른 사람의 궁핍함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원하는 것만 취하는 `늑대'에 비유하기도 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의 정치 행보를 두고 "교활하다(wily)"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 사이 둘의 만남과 전화통화는 계속됐고 그럴 때마다 둘은 언제 우리가 그랬느냐 싶게 친분을 과시했다.
지난해 7월 부시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가족 별장이 있는 메인 주(州) 케네벙크포트로 초청, 소위 `랍스터 회담'으로 다정한 모습을 연출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 소치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이번이 마지막 정상회담임을 의식한 듯 어느 때 보다 돈독함을 과시했다.
5일 소치에 도착한 부시 대통령은 첫날 만찬에서 푸틴 대통령과 함께 춤을 추는 등 우호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부시 대통령은 "7년 간에 걸친 푸틴 대통령과의 협력을 통해 신뢰를 갖게 됐다"며 "이번 소치 회담은 두 사람이 서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만찬 전에는 로라 부시 여사와 함께 푸틴 대통령의 안내로 소치 해변을 거닐며 담소를 나눴다.
하지만 6일 열린 정상회담에서 둘의 친분은 `국익(國益)'이라는 장벽을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비록 양국 간 관계 개선을 위한 로드맵인 `공동 전략틀 선언'을 채택하긴 했지만 부시 대통령은 임기 내 최고 업적이 될 미사일방어(MD) 문제와 관련, 푸틴 대통령의 양보를 이끌어 내지 못한 채 메드베데프라는 새로운 카운터 파트너를 맞이하게 됐다.
메드베데프 정권 하에서 총리로 남게 된 푸틴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을 공식적으로 다시 만날 가능성은 이제 희박하다.
하지만 지난 7년간 두 정상이 보여준 행보는 힘의 논리가 작용하는 국제사회의 냉혹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기에 충분했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