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얼리 버드' 거부감 이해안돼"
정부의 각종 정책에 직언과 비판을 서슴지 않아 `미스터 쓴소리'로 불렸던 이한구 정책위의장이 임기를 하루 앞둔 21일 자신의 `손 때'가 묻은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을 되짚어보고 향후 진행 방향을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집권 여당의 정책사령탑으로서 현 정부의 정책 입안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이 정책위의장은 이날 미래한국포럼 주최로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조찬모임에 참석, 강연을 통해 새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이해와 지지를 당부했다.
특히 그는 이 강연에서 정부가 추진중인 공공부문 개혁에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뒤떨어지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올리면 다른 분야는 저절로 올라가 선진국을 만들 수 있다. 그 분야가 공공부문이라고 결론을 낸 것"이라며 "공공부문에는 굉장히 우수한 사람도 많지만 게으른 사람도 많다. 공공부문 개혁이 국민생산성 향상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 운영방식도 기업 스타일로 바뀔 것이다. 이 대통령은 그에 대한 인식이 확실하다"면서 "공무원 사회에서 소위 `얼리 버드'(Early Bird)에 대한 거부감이 많다고 하는데 저는 그게 이해가 안된다. 기업들은 옛날부터 그렇게 살아왔는데 공무원은 왜 안되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그는 "위기의 국가를 선진국으로 만들려고 하는데 초기 몇 달도 못 견디면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일찍 나오고 늦게 들어간다고 해서 다되는 것은 아니지만 각오를 단단히 하고 뭔가 하려는 결심은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질책했다.
그는 "(공공부문 개혁을) 추진하다 보면 몇 가지 실수가 증폭돼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겠지만 고난의 싸움을 각오하고 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정책위의장은 또 한나라당의 정책을 볼 때 `친재벌, 친부자' 정당이라는 세간의 인식이 잘못된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대기업에 자율은 충분히 주되 윤리경영, 상생경영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도록 하겠다. 그것이 안되면 예외없이 사법처리 되도록 하겠다"면서 "앞으로는 대기업 총수들이 범죄를 저질러놓고 병원에 들어간 뒤 수염 기르고, 휠체어를 타고 나오는 행태는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민복지 정책과 관련, "부자들은 자기네들끼리 알아서 주택을 사고팔면 된다. 정부는 서민 주거환경을 최대한도로 빨리 개선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놓았다"고 역설했다.
이 정책위의장은 또 현 정부의 국정홍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한 참석자의 지적에 대해 "국정홍보가 체계적으로 안되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그것을 고치는 것을 고민중"이라고 답했다.
이날 강연에서 이 정책위의장은 평소와 달리 현 정부와 당에 대한 애정을 과시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강연 서두에 "정권교체를 위해 노력한 분들의 기대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해 죄책감을 느낀다"면서도 "내부적으로는 반성의 목소리가 있어 크게 기대에 어긋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강연을 마치면서는 "여러 가지 잘못한 것이 드러나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지만 좌파 세력에 의해 과장되고 왜곡돼 이야기가 돌아다니고 있는 측면도 있다"면서 "아주 중요하거나 악의적이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는 실수려니 생각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