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세무조사 '쇄신'-납세자 '不安·不信' 없앤다

불투명, 불명확, 실적위주 불량과세…'3不억제 정책'

국세청이 강도 높은 세무조사 쇄신방안을 마련해 추진한다.

쇄신방안은 세무조사의 본래 취지인 '성실신고 유도'를 통한 안정적 재정수입 확보라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기 위해 세무조사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 신뢰 확보가 필요하다는 인식에서부터 비롯된 것.

국세청은 지난해 12월 ▲지방청간 교차조사 시행 ▲조사담당 지휘라인 수시교체 ▲조사국 여성인력 확충 등 세무조사 쇄신방안을 발표한 바 있지만 부조리 방지대책에 치중, 근본적인 신뢰회복의 수단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최근(5월19일) 개최한 전국세무관서장 회의를 통해 '세무조사 쇄신 종합대책'을 마련해 발표했다.

핵심은 세무조사와 관련한 '3不(조사대상 선정기준 불투명, 선정사유 불명확 통지, 실적위주 불량과세)의 억제 정책'으로 요약된다.

□ 세무조사 신뢰도 저하 요인은?= 일단 원인부터 파악이 돼야 정확한 진단이 나온다. 국세청은 세무조사 쇄신방안을 마련하기 전 조사분야 업무프로세스에 대한 문제점 및 신뢰도 취약요인분석을 위해 표본설문조사를 통한 실태파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문조사결과 세무조사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은 ▲조사대상자 선정기준 불투명성 ▲선정사유의 불명확한 통지 ▲실적을 의식한 무리한 과세(불량과세) 등이 꼽혔다.

이밖에도 ▲과도한 자료요구 ▲조사절차의 불투명성 ▲조사기간의 장기화 등도 세무조사 행정 자체를 납세자들이 불신하게끔 하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국세청이 지난 19일 전국세무관서장 회의를 통해 발표한 세무조사 쇄신방안은 이 같은 신뢰도 저하요인들에 대응할 수 있는 '맞춤형 쇄신방안'의 일종으로 풀이된다. 원인분석과 처방이 어느 정도 균형 있는 '접점'을 찾아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 조사대상 선정 '불투명성' 제거한다= 국세청은 조사대상자 선정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국세청 본청과 6개 지방국세청에 외부위원이 참가하는 '조사대상선정심의위원회'를 설치할 계획.

본청에 설치되는 위원회는 개인·법인 조사대상자 선정비율, 중점선정 대상, 선정제외기준 등 조사대상 선정과 관련된 주요내용을 심의하고 지방국세청 위원회는 업종별.탈루유형별 중점 조사대상자, 선정비율 등 지방청의 조사대상선정과 관련된 주요내용을 심의하도록 이원화해 운영할 방침이다.

위원회에서 결정된 주요 조사대상기준은 대.내외에 공개해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을 제고할 계획이다. 특히 수시조사 대상으로 선정될 수 있는 주요 탈루유형도 공개해 납세자들에게 '자정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 세무조사 '불안요인' 최소화= 세무조사에 대한 납세자들의 불안감과 궁금증 해소를 위해 국세청은 세무조사 오리엔테이션과 그린북을 '처방전'으로 쓸 계획이다.

세무조사 오리엔테이션은 세무조사 사전통지서를 받은 납세자들이 통지서 수령일로부터 조사착수일까지 원하는 날짜에 요청을 하면 전화, 방문을 통해 조사대상 선정사유, 조사방향 및 절차, 납세자 권리, 준비사항 등을 설명해주는 제도다.

이 과정에서 수렴되는 조사시기 및 조사장소 등 납세자 애로사항에 대해 충분히 상담하고 조사연기 및 조사장소 변경도 적극적으로 배려할 방침이다.

또한 법령에 규정된 각종 조사절차와 권리사항 등을 담은 세무조사 가이드북(그린북, Green Book)을 제작해 사전통지서 발송시 함께 납세자에게 발송해 납세자의 궁금증을 해소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20일 이상 장기간 세무조사가 진행되거나 조사기간이 연장되는 경우 그 동안의 검토내용 등을 납세자에게 설명하는 중간설명제도도 실시할 예정이다. 또 조사종결일을 '세무컨설팅의 날'로 정해 조사결과에 대한 설명과 함께 회계·세무분야 상담도 실시키로 했다.

아울러 조사종결 후 곧바로 세무조사 협조에 따른 감사 표시와 세무조사 과정상의 불편.불만사항에 대해 전화 모니터링하는 '해피콜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해피콜을 통해 수집된 불편.불만사항은 7월 구축되는 불평관리시스템(VOC)에 연계해 관리·처리할 방침이다.

□ '무작위 암행감찰'…부조리 차단= 세무조사 관련 부조리를 차단하기 위한 강도 높은 정책도 실시된다. 국세청은 세무조사 건수의 일정비율에 대해 '무작위 암행감찰'을 실시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세무조사 관련 부조리에 대한 적발확률을 높이기 위해 조사건수의 일정비율을 무작위로 감찰대상으로 선정, 금품수수가 주로 이뤄지는 저녁시간 등 조사착수부터 종결까지 '밀착 암행감찰'을 실시할 계획이다.

또 세무사 등 세무대리인을 '모니터 요원'으로 임명, 각종 여론 수집을 강화할 계획이다. 세무대리인 모니터링 제도는 본청 세원정보과 주관을 실시할 방침이다. 외부인인 세무대리인을 통해 내부인들과 관련한 '정보'를 수집해 관리하는 방식인 셈이다.

이와 함께 국세청은 지방청간 교차조사를 세무서단위까지 확대키로 했다. 다만 제도 도입 초기임을 감안해 세무서 조사건수의 2%수준만을 교차조사 대상으로 삼을 방침이다.

□ 일선세무서 '관행적 조사행태' 뜯어고친다= 현재 일선세무서에서 실시하는 세무조사는 2인1조 조사반이 1∼2일 현장조사를 한 뒤 세무대리인과 협의과세로 종결하는 방식이 관행처럼 자리잡고 있는 형편.

조사건수와 실적 등 양적 평가실적을 채우기 위해 '대충' 조사하는 관행이 암암리에 자리잡고 있었던 것. 국세청은 이 같은 조사행태를 뜯어고쳐 일선세무서의 조사기능을 정상화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국세청은 일선세무서 조사과장이 조사계획부터 종결까지 조사방법의 적정성, 조사내용의 충실성 등을 정성평가, 개인성과평가에 반영하도록 하는 한편 조사반과 세무대리인의 담합소지에 대한 내부견제 강화를 위해 조사반을 원칙적으로 3인1조로 구성토록 할 계획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마련된 쇄신방안을 동영상으로 제작해 직원들에게 시달, 일선 조사공무원의 의식과 행태가 탈바꿈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교육할 방침"이라며 "하반기에는 일선 현장에서 혁신방안이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모니터링도 실시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