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 "국세청이 일정부분 밝혀내면 납세자도 과세 입증책임"
"카투사로 입대한 군인에게 임대건물 관리를 맡기고 그 대가로 월급을 줬다. 그러나 국세청은 월급을 주지 않은 사실을 입증하지도 못하면서 인건비 인정을 안하고 세금추징을 했다. 억울한 세금인 만큼 세금부과가 취소돼야 한다."
국내에 있는 임대건물 관리를 카투사로 근무하는 군인에게 맡기고 3년 동안 월급으로 1억2160만원을 준 것으로 세금신고를 했던 한 미국시민권자가 이처럼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국세청과 조세심판원에 이어 법원까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필요경비가 진위인지 여부에 대한 입증은 과세관청이 해야 하지만 국세청이 월급을 준 기간 동안 군복무를 한 사실을 입증하는 등 납세자 주장이 허위임을 상당한 정도 입증했을 땐, 이후 진위에 대한 세세한 입증은 납세자가 해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이같은 법원의 결정은 특히 최근 국세청의 "사실관계를 가장 잘 아는 납세자가 과세입증책임을 일부 져야 한다"는 주장과 "과세자료 등 정보를 독점한 과세관청이 입증책임을 져야한다"는 법조계 등의 주장이 맞선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수원지방법원은 5일 "카투사로 군복무중인 사람에게 임대건물 관리를 맡긴 것을 과세관청이 입증한 상황에서, 그 대가로 급여를 지급했다는 주장에 대한 입증책임은 납세자에게 있다"며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수원지법에 따르면 미국시민권자인 A씨는 국내에 있는 부동산임대와 관련해 납세관리인 B씨에게 관리를 맡기고, 2000년부터 2002년까지 모두 1억2160만원을 준 것으로 장부에 기장, 이를 필요경비에 넣어 종합소득세를 신고했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B씨가 2000년 8월부터 2002년 10월까지 카투사로 군복무한 사실을 밝혀내고, 군복무기간 동안의 B씨의 인건비를 인정하지 않고 A씨에게 5528만원의 종합소득세를 추징하게 됐던 것.
A씨는 소송에서 "B씨가 인건비를 지급받은 기간동안 군복무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카투사로 복무한 관계로 평일 오후 5시부터 10까지 그리고 주말에는 외출이 자유로이 허용돼 납세관리인으로 계속 일했다"며 "가공인건비라며 소득세를 부과한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판결문(2007구합7704. 2008.04.23)에서 "과세처분의 위법을 다투는 행정소송에서 과세처분의 적법성 및 과세요건사실 존재의 입증책임은 과세관청에 있기 때문에 과세소득 확정의 기초가 되는 필요경비에 관한 입증책임도 과세관청이 부담함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법원은 그러나 "납세자 신고비용의 일부가 허위임이 과세관청에 의해 상당한 정도로 증명돼 그것이 실지비용인지 여부가 다투어지고, 납세가 주장하는 비용의 지급대상이 허위임이 상당한 정도로 증명된 경우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 때는 예외적으로 그러한 비용이 실제로 지출됐다는 것을 장부와 증빙 등 자료를 제시하기가 용이한 납세의무자가 이를 증명할 필요가 있다는 것.
A씨의 경우에 비춰보면 인건비를 비용으로 처리했지만 국세청이 인건비 지급기간 동안 B씨가 군복무를 한 사실을 밝혀냈고, 이에 따라 A씨가 필요경비로 지출하였다고 신고한 인건비 지급내역이 허위임이 상당한 정도로 입증됐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법원은 "A씨는 B씨가 카투사로 군복무를 하면서도 납세관리인으로 일을 했다고 주장하지만, B씨는 군복무기간 임대건물과는 거리가 먼 미군부대에 있었으며 사업을 하는 B씨 스스로도 입대 전부터 세금문제는 세무사에 맡기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 B씨 명의의 예금통장은 B씨 아버지가 A씨 건물에 대한 증축공사 등을 하면서 자유로이 입출금을 하는 등 사용해 온 것일뿐 B씨가 정기적으로 급여를 받았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것이 법원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법원은 "카투사로 군복무중인 임대건물관리인에게 근로를 제공하게 하고 급여를 지급했다는 주장에 대한 입증책임은 A씨에게 있는 것"이라며 "국세청이 제시한 여러 정황에 비춰 A씨 주장은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