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7일 닷새째로 접어든 화물연대 운송거부 사태를 조기 진화하기 위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최근 '쇠고기 파동'으로 내각과 청와대 수석이 일괄 사의를 표명하면서 공직사회가 사실상 일손을 놓고 있다는 일각의 지적을 염두에 둔 듯 직접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며 사태 해결의 전면에 나선 것.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삼성동 코엑스(COEX)에서 열린 '인터넷 경제의 미래에 관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장관회의 개회식'에 참석한 뒤 청와대로 돌아오자마자 관계장관 및 수석들과 비공개 긴급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정종환 국토해양부, 김경한 법무부, 이윤호 지식경제부, 이영희 노동부,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 등 관계 장관들과 청와대 곽승준 국정기획수석, 박재완 정무수석, 이종찬 민정수석, 김중수 경제수석 등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한승수 국무총리로부터 주례보고를 받을 예정이었으나 이를 오후로 미루고 화물연대 대책회의를 긴급 소집했다는 후문이다.
약 1시간 30분간 진행된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운송거부 사태가 더이상 지속될 경우 국가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판단하에 특단의 정부대책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으며, 경유 화물차를 액화천연가스(LNG) 차량으로 전환할 경우 정부가 비용 일부를 보전해 주는 방안 등 구체적인 대책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서는 특히 국토, 법무, 지경, 노동, 행안부 장관이 이날 오후 과천정부청사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 입장을 내놓는다는 계획도 마련됐다.
청와대가 이같이 화물연대 사태에 기민한 움직임을 보인 것은 이로 인한 물류대란의 심각성 외에도 최근 '쇠고기 파동' 이후 국정 조율기능 부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청와대와 내각이 이른바 '인적쇄신'으로 어수선한 가운데에서도 흔들림없이 국정 현안을 챙기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겠다는 의도인 셈.
아울러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단하겠다는 방침을 확고하게 표명함으로써 쇠고기 파동을 겪으면서 훼손된 정부의 리더십과 권위를 회복하고 법.질서 확립 의지를 강조하겠다는 뜻도 읽혀진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늘 회의에서는 화물연대 사태는 물론 서민경제 및 고유가 대책에 대해서도 폭넓게 논의됐다"면서 "지금은 그야말로 '국난적 상황'으로 청와대와 정부는 수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