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결혼 이후 혼인신고를 뒤로 미루는 젊은 부부들이 많다고 합니다. 중·장년층이 보기에는 다소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일 수도 있겠지만 이 또한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하나의 '풍속'으로 자리잡고 있는 모습입니다.
세법의 측면에서 보면 혼인신고를 한 경우와 하지 않는 경우 세부담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간단한 예를 한 가지 들어보겠습니다.
2008년 1월 결혼한 근로자 K씨의 경우 건강상의 이유로 아내가 결혼과 동시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게 됐는데요. 혼인신고도 당분간 하지 않기로 아내와 합의를 했습니다.
문제는(?) 지난해 연말정산 때 생겼습니다. 결혼을 했고 아내가 세법이 정한 일정 소득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부양가족 공제(100만원)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세법상 K씨 부부는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 관계이기 때문에 아내는 부양가족 공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만약 혼인신고를 연말정산에 앞서 해 두었다면 작지만 큰 세금환급의 혜택을 누릴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최근 조세심판원에 과세불복을 제기했다가 기각결정(납세자 패소)을 받은 A씨는 혼인신고를 미뤄두는 바람에 수천만원의 증여세를 토해 내게 됐습니다. 기가 막힐 노릇인 A씨 사연은 이렇습니다.
□ "혼인신고만 빨리 했더라면…"= 불복청구 당사자인 A씨는 지난 2007년 3월 남편으로부터 2억2000만원 상당의 아파트를 한 채 증여 받았습니다. 두 달 후 A씨는 증여 받은 아파트에 대한 증여세 3000여 만원을 신고했습니다.
1년이 지난 어느 날 A씨는 관할 세무서에 당시 납부했던 증여세를 되돌려 달라는 경정청구를 냈습니다. 당시 세법상 배우자간 증여시 3억원까지는(현재는 6억원) 세금이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던 것입니다.
증여한 아파트 가액이 2억2000만원이기 때문에 배우자 공제를 적용하면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아도 됐지만 세법을 몰라 세금을 낸 것.
세금 환급을 기대하던 A씨에게 돌아온 관할 세무서의 대답은 '경정청구 거부'. 사유는 A씨 부부가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 관계로 세법상 부부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A씨는 이에 "아파트를 증여 받기 전인 지난 2006년 3월 남편과 결혼식을 올렸지만 개인사정 등으로 인해 아파트를 증여 받은 이후인 2008년 11월 혼인신고를 했다"며 "증여세 신고당시 세법을 몰라 배우자 공제를 받지 못했으므로 세금을 경정해 줘야 한다"고 주장하며 과세불복을 제기했습니다.
□ 국세청, 조세심판원…"그건 그쪽 사정이고"= 국세청은 그러나 현행 세법상 '배우자'의 개념은 민법상 혼인관계에 있는 배우자이기 때문에 증여당시 사실혼 관계에 있었다면 배우자 공제를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혼인신고를 하지 못한 것은 말 그대로 '개인사정'에 불과할 뿐 과세행위를 위한 세법 해석에 여지를 둬서는 안된다는 것이었지요.
조세심판원도 국세청과 같은 입장을 내세우며 A씨의 심판청구에 대해 기각결정을 내렸습니다. 심판원은 "A씨는 아파트를 증여 받은 이후인 2008년 11월에 혼인신고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심판원은 이어 "A씨가 증여자(남편)와 결혼식은 했으나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 관계 상태에서 아파트를 증여 받았으므로 배우자 공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그러나 세법상 '배우자'는 민법상 혼인으로 인정되는 혼인관계에 있는 배우자를 말하기 때문에 아파트 증여당시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민법상 혼인으로 인정되는 배우자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만약 A씨 부부가 혼인신고를 조금 만 더 빨리했더라면, 아마 상황은 달라졌을 것입니다. 3000만원이 넘는 거액의 세금에 환급가산금까지 얹어 꽤 많은 돈(?)을 되돌려 받았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