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차 세발심위원회 개최‥2009년 세제개편안 논의-
"전문직 30만원 거래 적격증빙 과태료 문제…헌재 심판 넘길 수 있을지 걱정"
25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42차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약 50여명의 세발심 위원들은 재정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고소득층 세제혜택 축소 및 과표양성화에 따른 세수확보를 골자로 한 2009년 세제개편안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번 세제개편안에는 ▲민생안정으로 서민·중산층, 중소기업에 대한 세제지원 ▲지속적 일자리 창출과 녹색, R&D 등 성장잠재력 확충 ▲고소득전문직 소득자의 과표양성화 ▲고소득자·대기업에 대한 비과세·감면제도 축소 등이 담겨있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이날 모두 발언을 통해 "특히 현재 재정건전성이 악화된 점을 고려해 비과세·감면제도 등을 축소, 10조5000억원 정도 세수 증가가 예상된다"며 "이 중 고소득자와 대기업이 전체 세수증가액의 80~90%를 부담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와 관련 세발심 위원들은 내년 소득세·법인세 감세를 유보하지 않는 대신, 무리하게 비과세·감면제도를 축소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고소득층에 대한 근로소득세액공제 폐지, 근로소득공제 세분화 등 복잡한 세제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안종범 한국재정학회 회장은 "내년에 법인세는 제외하더라도 소득세에 대해서는 감세를 유보하자는 의견이 여러 번 제기됐는데, 이런 감세 유보대신 고소득층에 대한 소득세 세액공제 제도를 폐지하자는 것이 뭔가 어색해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고소득층의 근로소득공제를 세분화하는 등 복잡한 세제를 만들면서까지 고소득층에게 소득공제나 세액공제 등을 폐지하는 진짜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영 한양대 교수는 "정부가 내년 소득세·법인세 감세 유보를 하자고 말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며 "장기주택마련저축에 소득공제를 폐지하는 등 무리한 비과세·감면제도 축소보다 내년 감세를 유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의 세제개편안의 목적이 재정건전성과 중산·서민층 세제지원, 미래성장동력 지원 등으로 상충돼 제대로 목적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전대 임봉욱 교수는 "세제개편안의 정책목표를 재정건전성 확보, 서민·중산층 세제지원, 미래성장동력 지원 등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동시에 이 세 가지 목표를 확보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며 "예컨대 고소득자·대기업에 세금을 더 걷고 미래성장동력을 확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임시투자세액공제를 폐지하고, 신성장동력산업 등에 R&D 투자지원을 확대했는데, 임투공제는 일반적인 투자인데 반해, R&D 투자지원은 일정산업에 투자돼 대체재로서 작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폐업한 영세 개인자영업자의 결손처분 세액 500만원 사면에 대해서는 조세원칙과 성실납세의 의식을 흔들리는 위험한 발상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반면, 개인이 파산할 경우 빚을 탕감하듯이, 영세자영업자에 대해서도 재기할 기회를 줘야 한다며 긍정적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이전오 한국세무학회 회장은 "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의 건당 30만원 거래시 적격증빙에 대해 과도한 과태료 등을 부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잘 넘길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고려대 이만우 교수는 "대기업 최저한세를 인상하는 것은 각종 비과세·감면제도를 축소하지 못해 최소한으로 내야할 세금을 인상하는 것으로 이해되는데, 5년 동안 미공제액을 이월공제한다는 것은 관련 액수를 회계학적으로 평가할 수도 없고, 오히려 복잡한 세제를 만들어 이월공제를 없애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국세무사회 조용근 회장은 "양도소득세 예정신고 10% 세액공제는 성실한 세금 신고·납부를 유도하기 위한 것인데, 이것을 한꺼번에 없애면 불성실 신고가 증가할 수 있다"며 "단계적으로 세액공제를 낮추는 방식(5%)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