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회사로 출발…박연차에 의해 인연끊겨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농협중앙회의 자회사인 휴켐스를 인수한 이후 과거 `형제회사' 관계였던 남해화학과 휴켐스의 관계가 완전히 틀어졌다.
남해화학이 암모니아 공급을 중단한데 대해 휴켐스가 소송을 제기하면서 `골육상쟁'의 관계로 변질된 것.
휴켐스는 박 전 회장이 정대근 전 농협회장의 도움을 받아 헐값에 인수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회사이고, 남해화학은 박 전 회장이 인수를 시도했다가 농협 관계자들의 반대로 무위에 그친 회사다.
14일 휴켐스가 서울중앙지법에 남해화학을 상대로 낸 `암모니아 공급 가처분신청'에 따르면 농협은 2002년 9월 비료를 생산하는 자회사 남해화학에서 정밀화학 사업부문을 분리해 휴켐스를 설립했다.
휴켐스는 이후 안정적으로 암모니아를 공급받기 위해 남해화학이 보유하고 있는 암모니아 저장 및 처리시설 지분 50％를 인수했다.
당시 휴켐스는 암모니아 관리시설을 절반씩 분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남해화학과 함께 암모니아를 수입해 남해화학이 관리하고 있는 시설에 저장해뒀다가 자사가 휴켐스가 요구할 때 이를 공급받기로 계약했다.
그러나 2006년 6월 박 전 회장이 휴켐스를 인수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남해화학이 지난해 12월31일자로 암모니아 공급 계약기간이 만료됐다는 이유를 내세워 일부 암모니아 공급을 중단한 것.
박 전 회장은 한때 남해화학의 인수를 추진했고 2007년 7월 휴켐스는 내부적으로 남해화학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대검 중수부도 "농협 실무진의 반대에도 정대근 전 농협 회장이 박 전 회장에게 남해화학 매각을 강행하려 한 것 같다"며 "그러나 정 전 회장이 법정구속되면서 이 작업이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휴켐스가 박 전 회장에게 인수된 이후 양사는 `형제의 연(緣)'을 더이상 이어가지 못했고 결국은 법정소송까지 이어진 것이다.
휴켐스는 가처분 신청서에서 "계약 기간 만료와 상관없이 남해화학이 휴켐스 시설을 통해 조달되는 암모니아에 대해서는 공급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남해화학은 휴켐스로부터 관리 위임을 받은 시설을 자의적으로 행사할 수 없다"며 "남해화학이 암모니아를 공급해달라는 요구를 거절한 것은 고의적인 계약 위반"이라고 덧붙였다.
농협 자회사로 탄생해 한지붕에서 `동고동락'하다가 운명을 달리한 두 회사의 법정싸움이 누구의 승리로 끝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