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회계사 채용 대폭 감축…다시 고개 드는 '취업대란'
실적 감소…초임연봉 3800만원→3400만원 10% '삭감'
회계사 자격증이 안정적인 취업과 고액 연봉을 보장하는 시대가 저물어 가고 있다. 불과 1, 2년 전 활황세를 보였던 회계업계의 분위기가 올해 들어오면서 '급랭', 회계사들의 설자리를 슬금슬금 빼앗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어렵디 어려운 회계사 자격시험에 합격, 합격증을 받은 신규 공인회계사들이 이 같은 한파(寒波)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업계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빅4 회계법인(삼일, 삼정, 안진, 한영)들이 신입회계사 채용을 대폭 감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빅4의 이 같은 움직임에 업계 일각에서 벌써부터 2000년대 초반 '취업대란' 재현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모습도 엿보인다. 채용인원 뿐만 아니라 비용 절감 차원에서 신입회계사들에게 지급하는 초임연봉도 상당폭 삭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14일 금융감독원 및 회계업계에 따르면 올해 빅4 회계법인의 신입회계사 채용규모는 500여명 수준으로 지난 해 994명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올해 회계사 자격시험에 합격, 합격증을 따낸 신규 공인회계사는 936명.
이 중 삼일회계법인이 200명, 삼정·안진회계법인이 100명, 한영회계법인이 70명 안팎을 채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40명의 신규 공인회계사 중 95.5%를(994명) 채용했던 빅4 회계법인들의 신규 공인회계사 채용률이 1년 사이에 50.2%(470명/936명) 수준으로 급격히 줄어든 것이다.
빅4 회계법인에 채용되지 못한 나머지 460여명의 신규 공인회계사들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적은 중소회계법인 등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빅4 회계법인들은 신입회계사 채용을 모두 마친 상태이며 일부 중소회계법인들이 채용을 진행하고 있지만 일자리 찾기는 만만치가 않다. 중소회계법인들도 경기침체에 따른 컨설팅 및 외부감사 용역업무가 감소, 직원채용 규모를 최소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0명 이상의 신입회계사를 채용했던 대주회계법인은 올해 최대 7명, 삼덕회계법인은 최대 4명만을 채용하기로 하는 등 채용규모를 줄인 상태다.
빅4 회계법인들은 신입회계사들에게 지급하는 초임연봉도 삭감하는 한편 성과급 등도 줄이고 있는 추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세한 차이가 있지만 지난해 빅4 회계법인들의 신입회계사 평균연봉은 3800만원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10%정도가 삭감된 3400만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봉외 지급하는 성과급과 제반 수당(야근비, 교통비 등)도 줄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회계업계의 한 관계자는 "적은 수의 신입회계사를 채용해 업무량을 늘리고 그에 걸맞게 연봉을 줄이고 있지만 빅4 회계법인을 포함해 대다수 회계법인들이 채용인원을 줄이고 연봉도 삭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빅4 회계법인의 한 관계자는 "신입회계사의 경우 적게는 300만원에서 많게는 800만원의 성과급과 야근비, 식비, 교통비 등을 지급받았지만 일부 회계법인에서는 올해부터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고 야근비 등 지급도 폐지했다"고 귀띔했다.
IFRS도입 바람을 타고 최근 몇 년 사이 대규모 채용을 진행하는 등 몸집불리기에 나섰던 회계법인들이 몸집불리기를 중단하고 지출마저 줄이고 있는 것은 늘어난 매출액에 비해 상대적으로 증가한 인건비 등으로 순이익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회계법인들은 지난해 1조5314억원의 매출액을 달성(전년비 9.4% 증가)했지만 인건비 등 고정비용 증가로 순익은 2.9% 증가에 그친 288억원에 불과했다.
특히 빅4 회계법인은 8851억원의 매출액(전년비 10.8% 증가)을 기록했지만 순이익은 전년에 비해 30%이상(31.7%)감소한 78억원에 그쳤다.
원인은 또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빅4 회계법인들을 중심으로 채용인원을 바짝 끌어올린 데에는 2011년 전면 도입되는 국제회계기준(IFRS)과 내부회계관리 강화 등 '먹거리'의 확충으로 인력수요가 급증했기 때문.
그러나 이 이상의 큰 업무가 앞으로도 창출된다는 보장이 없을뿐더러 정부의 외감대상 축소(70억원→100억원)의 영향도 시간이 흐를수록 '압박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상당기간 시장의 한파는 계속될 것이라는 불안한 전망이 업계에서 형성되고 있다.
단순히 올해 배출된 신규 회계사들만이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이후에 배출되는 신규 회계사들의 회계법인 취업문도 더욱 좁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올해 자격증을 획득한 한 신규 회계사는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의 대부분은 회계법인 취업이 목적"이라며 "그러나 회계법인들이 채용규모를 줄이면서 취업에 실패한 사람들은 일반기업에 지원하거나 유학 등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