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증권사 신규인가 전면 재검토

작년말 신규인가 제한적 허용방침서 선회한 듯

당초 금융당국은 제한적으로 증권사 신설을 허용하는 방안을 올초에 내놓기로 했으나 최근의 국제적인 규제강화 흐름과 실효성 등을 감안해 좀 더 심도있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당초 방침대로 신규 설립을 인가해주는 방안 대신 업무 추가 정도의 인가안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22일 "조만간 발표할 금융투자회사 3단계 인가안에 증권사 일부 신규 인가를 포함시킬지 여부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무조건 문을 여는게 능사는 아니다"며 "우리 경제 규모에 증권사가 더 필요한지, 추가로 진입할 경우 과연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일부 회의적 시각이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위는 신규 인가 및 추가 업무 확대 등을 어느 수준까지 해야하는지 학계 및 전문가들의 의견도 들어보고 있다.

앞서 작년 11월 홍영만 금융위 자본시장국장(현재 금융서비스국장)은 정례브리핑에서 "시장경쟁을 강화하고 자본시장법 취지를 살리는 차원에서 증권사와 선물사의 신설도 제한적인 범위에서 허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종합자산운용사의 신규인가까지는 힘들겠지만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업무를 하는 회사 정도는 신설을 허용해 줄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나 최근들어 금융위는 미국에 100개 정도의 증권사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증권사 숫자인 62개는 결코 작지 않고, 현재 신규인가에 대한 수요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명확치 않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최근 푸르덴셜투자증권 매각가격이 생각보다 낮았던 점에 비춰 증권사에 대한 메리트가 떨어지고 이미 진입할 만한 곳은 진입을 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게다가 최근 1~2년새 새로 설립된 증권사들은 적자를 면치 못하거나 미미한 이익을 낼 뿐이다. 금융위기 이전인 지난 2007~2008년 증권사들의 신규인가가 많았고 그 결과 8곳의 증권사가 새로 만들어졌으나 그 평가는 부정적인 것으로 금융당국 일각에선 분석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브로커리지 전문 증권사 등에 한해 허용해주려던 기존 방침에 대해서도 금융위 관계자는 "영업행태도 비슷하고 이미 브로커리지 수수료가 0.015%까지 내려간 상황에서 더 이상 내릴 수도 없다"며 "경쟁이 심한데 신규로 진입해서 먹고 살 수 있겠느냐"고도 반문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기존 신규증권사들의 실적이나 경쟁력, 향후 전망 등을 다시한번 평가·분석해 보기로 했다. 12월말 기준으로 증권사들의 가결산 자료 분석을 금융감독원에 요청해 놓은 상태다.

금융위 또 다른 관계자도 "증권사들의 지난 회계연도 실적이 나오면 이를 감안해 이르면 3월께 증권선물위원회, 금융위원회 보고 등을 거쳐 구체적인 3단계 인가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안팎에선 이번 3단계 인가안에는 신규 설립보다 업무 추가 정도 수준의 안이 담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금융위는 지난해 3월 발표한 1단계 인가방안에서 비교적 위험이 적은 ▲증권사의 장내파생상품 매매·중개업 ▲집합투자업 내 취급상품 추가 ▲부동산전문운용사 등 단종 집합투자업자 인가 등을 담았다. 같은해 7월말에는 2단계로 주가연계증권(ELS)이나 주식워런트증권(ELW)과 같은 정형화된 주식 관련 파생결합증권 발행을 허용해주는 극히 제한된 업무만을 추가로 허용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