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일몰 비과세·감면제도의 운명은?

면세금지금·고용유지 세제지원 '연장' 요인 커

올해 말에는 8년 자경농지에 대한 양도소득세 면제, 금지금 부가가치세 면제 등 굵직한 비과세·감면제도를 비롯해 경제위기로 기업의 구조조정을 위해 도입됐던 일시적인 비과세·감면제도 등이 일몰된다.

또한 지난해 폐지될 예정이었으나 '1년 연장'으로 결정된 임시투자세액공제(이하 임투공제) 및 경형자동차 연료에 대한 유류세 환급, 성실사업자에 대한 의료비·교육비 공제 등도 또 다시 일몰을 맞는다.

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연말에 일몰되는 비과세·감면제도는 약 46개이며, 4월 말에 일몰되거나 이미 종료 또는 연장방침이 내려진 비과세·감면제도까지 포함하면 총 50여개에 달한다.

일몰되는 비과세·감면제도의 국세감면규모는 추정이 곤란하거나 지난해에 신설돼 지원금액을 알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 지난해 기준으로 약 3조7000억원이 지원됐다. 지난해 총 국세감면액 28조3900억원(잠정)의 13%가 일몰되는 것.

지난해 조세지출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일몰되는 비과세·감면제도 중 임투공제가 1조9800억원으로 지원규모가 가장 컸으며, 8년 자경농지에 대한 양도세 감면과 택시연료에 대한 유류세 면제 등이 각각 8700억원, 5200억원이 지원돼 2, 3위를 차지했다.

정부가 올해 '재정건전성'을 조세정책 목표의 최우선으로 정했기 때문에 지원실적이 적거나 단기적인 목적 달성을 위해 도입된 비과세·감면제도는 대폭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지난해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재무구조개선계획에 따라 자산·주식 등을 양도할 때 3년거치 3년분할 익금산입(세법상 수익)을 하도록 한 비과세·감면제도 등은 목적달성을 이뤘기 때문에 예정대로 폐지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해관계자가 분명한 비과세·감면제도는 축소 또는 폐지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4월 말에 일몰되는 택시 연료에 대한 유류세 면제는 타 운송사업자와의 형평성과 친환경 세제개편 측면을 고려한다면 폐지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이해관계가 있는 택시업계 등의 반발과 6월 지방선거로 인한 '표심'을 감안하면 폐지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반면 정부가 '고용친화적 세제개편'을 정책방향으로 잡은 만큼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고용을 유지하는 중소기업 및 근로자에게 세제혜택을 주는 비과세·감면제도는 일몰이 연장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다만 재정부 관계자는 "올해 일몰되는 비과세·감면제도는 재정건전성을 모토로 운영될 것이지만, 어떤 제도를 연장하고, 폐지할지는 4월~6월 관계부처 등의 의견을 들어봐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 면세금지금제도 일몰-'탈세방지용'= 도·소매업자에게 공급하는 순도 99.5% 이상의 금괴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면제해주는 면세금지금제도가 올해 말 일몰된다.

면세금지금제도는 세금부담을 낮춰 '탈세' 유혹을 아예 막겠다는 취지. 부가가치세 매입자납부특례제도(금을 매입하는 사업자가 부가가치세 직접 납부)와 함께 금시장의 탈세를 막기 위한 장치이지만, 제도의 실효성은 미미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제도가 폐지될 경우 발생할 부작용이 더 크기 때문에 2003년 도입된 이후 연장이 거듭돼 왔다. 이런 이유로 정부에서 2007년에 면세금지금제도를 영구화하는 방안이 마련됐을 정도이기 때문에 이번에도 '연장'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 8년 자경농지 양도세 감면-'농업지원용'= 8년 이상 자경한 농지에 대해 양도세를 100% 감면하는 비과세·감면제도가 연말에 일몰된다.

8년 이상 자경한 농지는 양도세가 전액 감면되는데, 고가 농지를 소유한 경우에 대비해 1년간 2억원, 5년간 3억원 한도내에서 감면되고 있다. 그러나 8년 자경농지의 90% 이상이 양도차익 1억원 이하이기 때문에 대부분 100% 감면을 받고 있는 상황.

8년 자경농지에 대한 양도세 감면은 영세한 농업인들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이므로  일몰이 '연장'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임투공제-연장될까? VS '고용증대' 추가?= 경기조절 투자촉진용으로 도입된 임투공제가 대기업 보조금으로 전락했다는 문제의식에서 '폐지'방침이 내려졌으나, 지난해 수도권과밀억제권역외 투자에 대해서만 7% 세액공제를 적용하는 것으로 '축소'됐다.

임투공제는 20여 년간 운영돼 왔기 때문에 이해관계자들이 많아 사실상 폐지하기가 어려운 제도. 이에 따라 임투공제를 유지하되, 공제요건에 정부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 '고용증대'를 추가하는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잡쉐어링'을 권장하는 차원에서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고용을 유지하는 중소기업과 근로자에게 손비인정 또는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제도도 연말에 일몰될 예정이지만, '고용촉진'이라는 정책적 측면에서 연장될 가능성도 크다.

□ 경차·택시 유류세 세제지원-'친환경 VS 이해관계'= 지난해 일몰 예정이었으나 1년 연장된 경형 승용·승합차 및 1톤 이하 자가용화물차에 대한 유류세 환급제도가 일몰된다. 또 4월 말에는 택시 연료(LPG)에 대한 유류세 면제도 일몰될 예정이다.

경형자동차에 대한 유류세 환급과 택시연료에 대한 유류세 면제는 유류가격이 폭등했을 때 서민층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도입된 만큼 예정대로 '폐지'되는 것이 원칙이다.

특히 유류에 대한 세제지원은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CO₂)배출량을 배출전망치(BAU)대비 30% 감축하겠다는 정책 목표와도 배치되기 때문에 '폐지'하는 것이 정책방향과도 맞지만,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어 폐지하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택시연료에 대한 유류세 면제는 택시업계뿐 아니라 6월 지방선거로 인해 국회에서조차 '연장'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가시화될 수 있다. 현재 2014년 4월말까지 연장하는 의원입법 개정안이 국회 계류중이다.

□ 지방회원제 골프장 세제지원-'형평성' 논란= 올해 말 일몰되는 지방회원제 골프장에 대한 개별소비세 및 교육세 면제제도는 지방회원제 골프장의 인원을 20% 가량 증가시켜 지방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지방회원제 골프장 입장료가 세금부담 완화로 3~4만원 가량 싸지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지방의 퍼블릭 및 수도권 골프장 인원이 줄어들었기 때문. 이에 따라 수도권 골프장을 중심으로 '형평성' 논란이 제기돼 예정대로 '폐지'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제주도 골프장 및 관광레저형 기업도시내 골프장에 대한 개별소비세 면제제도도 올해 말 일몰된다. 다만, 정부는 다른 지역감면 제도의 효율성과 개선방안을 검토해 관련제도를 개정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 中企 대상 세제지원은 대부분 '연장'될 듯= 비과세·감면제도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세제지원제도는 계속 '연장'될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중소기업창업투자조합 및 벤처기업 등에 대한 출자·투자금액에 대한 소득공제, 대기업과 상생협력을 맺은 중소기업에 출자해 받은 수익배당금을 익금불산입하는 제도 등은 일몰이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고용창출'이라는 측면에서 가업승계 및 창업을 지원하는 제도도 유지될 전망이다.

부모에게 가업승계 목적으로 주식을 증여받거나 창업자금을 증여받은 경우 과세가액에서 5억원을 공제한 후 10% 저율과세를 하는 제도 등은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 '재무구조개선' 목적 과세특례-'일시도입'= 지난해 기업 구조조정 차원에서 '재무구조개선'을 목적으로 일시적으로 도입한 제도들이 올해 말 대거 일몰된다.

예컨대 재무구조개선을 목적으로 자산을 양도하는 경우 3년거치, 3년분할 익금산입하는 제도, 주주나 출자자가 기업의 채무를 인수변제하는 경우 또는 주주 등으로부터 기업의 주식이나 지분을 무상으로 소각하는 경우 익금불산입하는 제도 등이 일몰될 예정이다.

또한 공공기관이 민영화 등으로 인해 올해 말까지 분할하는 경우 과세이연 등을 할 수 있는 분할적격요건을 갖춘 것으로 인정하는 제도도 일몰된다.

이러한 제도들은 '기업 구조조정'이라는 제도 목적을 달성한 만큼, 예정대로 폐지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지난해에 결손처분한 폐업 자영업자가 올해말까지 취업하거나 사업을 재개한 경우 500만원까지 결손처분액을 소멸해주는 제도도 경제위기로 인해 일시적으로 생겨난 제도이기 때문에 올해 말에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