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기순이익 대폭 증가-법인세 부담도 늘어나
정부 "세법은 후입선출법 인정, 달라지는 것 없어"
GS칼텍스는 지난해 사업연도부터 유류 등 재고자산 처리방법을 후입선출법에서 총평균법으로 변경했다.
GS칼텍스는 2011년부터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할 예정인데, 국제회계기준은 재고자산 처리 방법으로 후입선출법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비해 지난해부터 재고자산 처리방법을 후입선출법에서 총평균법으로 변경한 것이다.
재고자산 처리방법을 바꾸었더니 GS칼텍스는 당기순이익이 수천억원 가량 늘어나는 효과를 봤다. 반면 당기순이익이 증가한 만큼 향후 법인세 부담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행 세법은 후입선출법을 인정하기 때문에 회계상으로는 총평균법, 세법상으로는 후입선출법을 적용해도 되지만, 기업입장에서 세무조정(총평균법→후입선출법) 부담이 커 세법상 재고처리 방법도 후입선출법에서 총평균법이나 선입선출법으로 변경하는 사례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세법상 후입선출법 변경에 따른 법인세 부담을 과세이연하는 등의 세제혜택을 요구하는 상장기업들의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세법을 개정하는 기획재정부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국제회계기준은 후입선출법을 인정하지 않지만, 세법은 기존처럼 인정하기 때문에 번거롭더라도 세무조정을 거치면 세금부담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 후입선출법 폐지하면 당기순이익 증가= 후입선출법은 최근에 구입한 재고자산이 가장 먼저 팔린다는 가정 하에 매출액에 대응하는 매출원가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때 후입선출법은 최근에 구입한 재고자산이 가장 먼저 팔렸다고 가정하기 때문에 매출원가가 높게 책정돼 당기순이익이 다른 재고자산 처리방법보다 낮게 산정된다.
후입선출법과 반대되는 선입선출법은 과거에 구입한 재고자산이 가장 먼저 팔린다고 가정해 매출원가를 계산해 다른 재고자산 처리방법보다 매출원가는 낮게 당기순이익은 높게 산정된다.
이밖에 이동평균법은 이전의 매입분을 계속 평균해서 원가를 구하는 방식이며, 총평균법은 일정기간의 원가에 대한 평균값으로 매출원가를 계산하게 된다.
예컨대 선글라스를 파는 A기업이 재고자산을 2007년에 1000원씩 300개, 2008년에 2000원씩 500개, 2009년 3000원씩 200개를 구입했고, 올해 선글라스를 200개 팔았다고 하자.
후입선출법을 적용하는 기업이라면 올해 매출원가는 60만원(=200개×3000원)이 되지만, 선입선출법으로 계산하면 20만원(=200개×1000원)이 된다. 또 총평균법으로 계산하면 매출원가가 38만원(=200개×1900원(=300개×1000원+500개×2000원+200개×3000원/1000개)으로 책정된다.
그러나 후입선출법은 기말 재고자산이 과거의 취득원가로 기록, 현행가치를 나타내지 못하는 등의 문제점이 있어 국제회계기준에서는 후입선출법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 정유사 재고자산·당기순이익 증가-세부담 '팍팍'= 특히 정유업계의 경우 유가 변동이 커 재고자산 처리를 후입선출법으로 한 경우가 많아 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되면 재고자산 및 당기순이익 등에 큰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GS칼텍스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재고자산 처리방법을 후입선출법에서 총평균법으로 변경했더니 재고자산이 6237억원 가량 증가했고, 당기순이익과 미처분이익잉여금이 각각 2427억원, 4864억원이 늘어났다.
기업의 주주 입장에서 당기순이익과 미처분이익잉여금이 늘어났다는 것은 긍정적이나, 이에 따른 법인세도 증가할 것으로 보여 세금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재고자산 처리 방법을 총평균법으로 변경했더니 당기순이익이 크게 증가해 세금부담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는 이월결손공제액이 있어 큰 걱정은 안 하지만, 내년에는 정부의 법인세법 개정에 따라 대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고자산 처리 방법을 변경함에 따라 세금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회계상 재고자산 처리 방법 외에 세법상의 재고자산 처리 방법도 함께 변경했기 때문.
세법은 기존처럼 후입선출법을 인정하기 때문에 세무조정을 통해 세금을 납부하면 세금 부담에는 변동이 없지만, 세무조정 부담이 커 세법상의 재고자산 처리 방법도 변경하는 경우가 많을 전망이다.
□ 정부는 '세무조정' VS 기업들 '세부담 완화'= 이에 따라 상장기업들은 회계 및 세무상 재고자산 처리 방법을 변경함으로 인해 달라지는 세금부담을 과세이연하는 등의 세법 개정안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국제회계기준은 후입선출법을 인정하지 않지만, 세법은 여전히 후입선출법을 인정하기 때문에 회계상 재고자산 처리 방법이 달라지더라도 세법은 달라질 부분이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세법에서는 후입선출법이 그대로 인정되기 때문에 세금부담에 변동이 없어 과세이연이나 분할납부 등의 조치가 있을 필요가 없다"며 "기업들이 회계상 재고자산 처리 방법 변경에 따라 세무조정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겠지만,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세법상 재고자산 처리 방법을 변경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세무조정을 통해 세금을 내면 된다는 입장인 반면, 기업들은 세무조정이 까다로워 세법상 재고자산 처리 방법도 변경해야 돼 세금부담이 늘어나 이를 줄여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기업들은 실무적으로 재고자산 처리 방법에 대한 세무조정이 별도로 세무회계 시스템을 새로 도입해야 하거나 상당한 수작업을 거쳐야 할 정도이기 때문에 비용, 시간, 인력 등에서 누수가 크다는 것.
빅4회계법인의 한 관계자는 "재고자산 처리 방법에 대한 세무조정이 상당히 까다롭다"며 "연결재무제표가 기반인 국제회계기준과 단일재무제표를 사용하는 세법의 특성을 고려하면 후입선출법으로 재고자산을 처리해왔던 기업들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