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는 위정자들이 고안해 낸 저항 없는 세금징수 수단이다.
팍팍한 삶을 이어가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경제적 상위 단계로 이동하는 유일한 수단으로 로또를 선택한다. 이번 주에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로또판매점으로 향한다. 결과는 ‘역시’ 이다.
만약 당첨자가 없어 당첨금이 다음 주로 이월되면 대박을 노리는 사람들로 로또 구매 행렬이 구렁이처럼 길어진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은 탐욕스럽다.
로또 일등에 당첨될 확률은 814만5060분의 1이다. 이는 벼락 맞을 확률인 180만분의 1보다 4.5배나 어렵다. 그런데도 20대 초반의 아가씨부터 늙수그레 한 아저씨까지 로또를 산다.
누구든지 일등에 될지도 모른다는 설레는 기대를 안고 로또 판매점으로 향한다. 어떤 사람들은 로또에 당첨될 거라는 망상에 사로잡혀 이상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바로 ‘로또증후군’이다.
선진국인 영국도 마찬가지다. 로또증후군에 걸린 사람은 마치 자기가 당첨된 것 같이 쇼핑리스트를 만들고 구매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최고급 백화점인 Harrod’s에 들러 온갖 사치품을 찜해 놓고 점원한테는 조만간 구매할 것이라고 허풍을 떨어댄다. 롤스로이스 페라리 등 비싼 자동차 딜러점에 들러 시승을 하고서는 금방 살 것이니 잘 챙겨놓으라는 당부를 잊지 않는다.
영국인들이 한국인과 다른 점은 주로 직장 동료들이나 친척 또는 친구들과 신디케이트를 형성하여 참여한다는 점이다. 통상 십여 명이 신디케이트를 구성한 다음 동일금액을 갹출하여 로또를 구매하여 당첨확률을 높이는 전략이다.
당첨금은 십분의 일로 줄어들지만 확률은 열배로 늘어난다.
신디케이트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간사(매니저)를 선임하고 규약을 만들어 결성일자, 구성원, 납입금액, 당첨금 분배 등을 정한 다음 운영해 나간다.
이런 식으로 로또를 하다 보니 중소기업의 경영자 입장에서 볼 때 로또 때문에 기업의 존속이 문제가 될 때가 있다.
자기 회사 임직원들로 구성된 신디케이트에서 당첨자가 나와 다수의 퇴직자가 나오면 숙련공이나 경험많은 영업인력을 곧바로 대체할 수 없기 때문에 회사운영이 곤란하게 된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이를 위해 보험사가 이런 위험을 보전해 주는 상품을 개발하여 경영자의 고민을 덜어주고 있다. 이 보험은 가입한 회사의 임직원이 로또 당첨으로 두 명 또는 세 명 이상 퇴직 시 약정된 보험금을 지급함으로서 회사의 어려움을 해결하여 준다.
로또 당첨자도 어려움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큰돈을 받을 자격이 없는데 이를 받아 큰 부자가 되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거나, 친척 또는 친구들의 시샘을 이해하지 못해 스스로 고립되기도 한다. 또 자산운용을 잘못하여 돈을 모두 날릴지도 모른다는 생각 등으로 고생하기도 한다.
시기심 또는 당첨자에게 돈을 받아 내기 위해 주위사람들이 소송을 걸어보는 경우도 많다. 로또 당첨자가 살고 있는 저택 앞에서 치우지 않은 눈길에 미끄러져 다쳤다며 터무니없는 금액의 배상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영국의 보험사는 이런 경우에 대비한 보험 상품도 개발, 기존의 보험에서 보상하는 부분과는 별도로 모든 소송 관련 비용을 보상해 주기도 한다. 로또 덕분에 당첨자는 물론 보험회사들도 재미를 보는 셈이다.
로또, 경마, 보장성보험의 기대값은 대체로 40~50 정도인데 100원을 내면 내가 되돌려 받는 돈은 40원에서 50원 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보험은 가족사랑과 산업발전에 필요한 자금조달 등의 명분이 있다.
경마는 내기를 건 말이 일등으로 들어올 때의 짜릿함이 있고 조성된 자금으로 농어촌 복지증진 사업 및 농어민자녀 학자금 지원 사업 등에 쓴다. 로또는 당첨되었을 경우 거액을 받을 수 있고 일정부분을 떼어 보훈사업, 소외계층 복지 사업 등 좋은 곳에 쓴다.
그러나 경마와 로또는 결국 빈자들의 제살 깍아먹기 게임이다. 미국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중산층이하의 거주지에서 팔리는 복권판매액이 부촌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마는 많은 돈을 잃어버릴 수가 있으므로 자기절제가 되지 않는 사람은 이런 사행성게임에 발을 들여놓지 말아야 한다. 혹시라도 당첨되더라도 로또당첨에 불행의 씨앗도 같이 붙어 온다는 속설이 있듯이 당첨되기 이전의 삶보다 못할 수도 있다.
그러니 푼돈이라도 꾸준히 모아 보험에 가입하는 편이 좋다. 경마나 로또는 좋은 곳에 기부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아주 적은 돈으로 즐기는 수준에서 그칠 때, ‘로또증후군’ 등 부작용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약력] 삼성생명 부장, AIG생명 부장, GE캐피탈코리아 이사, 에이스(뉴욕)생명 전무, 조세일보 전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