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에게 상품을 팔기 위해서는 가망고객과 영업맨간에 친밀함 또는 공감(래포, rapport)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빨리 공감을 형성하는 방법은 가망고객을 웃게 만드는 것이다. 웃는다는 것은 경계하지 않고 무장해제를 하여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는 신호이다. 따라서 남을 웃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은 영업맨으로서는 중요한 덕목이 아닐 수 없다.
필자가 보험사 영업소장을 맡고 있을 때의 일이다.
노회한 예비군을 상대로 헌혈 임무를 받고 온 적십자사 직원이 예비군 훈련장에 나타났다. 보험사 소장으로서 그들이 어떤 수를 부려 헌혈을 하게 할지 자못 궁금해졌다. 헌혈해봐야 기껏 빵쪼가리 한 개, 우유 한 봉지에 그날 오후 훈련 면제가 혜택의 전부였다.
오후 훈련이라고 해 봤자 주민등록증 맡기고 총 받는데 1시간 반, 조교들 놀리면서 어영부영 시늉만 내는 훈련 두시간, 그리고 지급받은 총 반납하고 주민등록증 돌려받는 데 1시간 반이 전부였다. 그 정도로 때울 수 있는 훈련이다 보니 혜택이 영 시원찮아 보였다.
그런데 반전이 이루어졌다. 시큰둥하게 앉아 있는 예비군들 앞으로 다가서더니 그가 입을 열었다.
“여러분, 헌혈하면 어떤 게 좋은 지 아십니까? 여러분들은 아직 젊기 때문에 몸에 열기가 너무 많습니다. 헌혈을 하면 그 열을 식혀주기 때문에 여러분들 건강에 좋습니다. 특히 그 열 때문에 조루가 많은데 헌혈을 하고 나면 열이 식혀지기 때문에 조루증이 싹 없어진단 말입니다.”
그는 ‘그래서 뭐가 어쨌다는 거냐’는 식으로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는 예비군들에게 회심의 일격을 날렸다.
헌혈한 신랑은 오늘 오후 훈련 면제니까 집에 가셔서 시험 삼아 한 번 해보란다. 부인들이 ”예비군훈련가더니 뱀 잡아 먹고 왔어? 아니면 산삼 먹고 왔어? 당신 너무 멋졌어”할 거란다.
마지막 마무리도 쿨했다. “죽어가는 사람도 살리고 마누라한테도 사랑받을 수 있는 헌혈, 꼭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보험사 소장한다고 바빠서 그때까지 미혼이었던 필자와 헌혈할 형편이 안 됐던 동료 몇몇이서만 그날 오후 내내 입맛만 쩍쩍 다시며 그 지겨운 훈련을 받고 있었다.
[약력] 삼성생명 부장, AIG생명 부장, GE캐피탈코리아 이사, 에이스(뉴욕)생명 전무, 조세일보 전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