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맥의 작가 조정래는 270여명의 등장인물의 이름을 짓는데 많은 고심을 했다고 한다. 하대치와 그의 부인 외서댁, 염상진, 염상구 형제, 소화와 정하섭 등 그들의 이름이 작품속의 성격을 제대로 나타내야 하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회사 이름이나 제품 이름을 제대로 지어야 성공할 수 있기 때문에 작명이 중요하다. 국가나 지역에 따라 현지 실정에 맞게 이름을 지어야 한다.
중국을 예로 들어 보자. 중국인들은 특정발음에 민감하다. 과거 일본의 중국대륙 침략을 수치스럽게 여기기 때문에 이런 요인들도 잘 감안해야 한다.
배금사상이 강한 중국인들은 발재(發財)나 발복(發福)의 첫발음이 비슷한 8자와 ‘불로장생의 구원(久遠)’의 구자와 비슷한 9자는 좋아한다. 반면 4자는 죽음과 관련이 있다 하여 터부시한다.
동양제과는 중국진출 때 일제 침략시 일본인을 비하하여 부른 이름과 비슷한 ‘동양’이란 회사명 대신 오리온과 발음이 비슷한 好崩友(좋은 친구)로 지어 큰 성공을 거두었다.
코카콜라도 발음이 비슷하면서도 맛있고 즐겁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커커우커러(可口可樂)로 지어 성공적인 브랜드 전략으로 인정받고 있다.
보험사 이름도 제대로 지어야 소비자가 기억하기 쉽고 불필요한 오해로부터 자유로워 질 수 있다. 그러나 모기업 이름을 그대로 따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회사이름이 다른 단어와 헷갈리거나 다른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보험회사도 더러있다. 업계에서 조차 재미삼아 날라리생명, 교복생명, 아르헨티나보험, 메추리보험, 우리알리바바생명, 메트로폴리탄생명 등으로 이름을 바꿔서 불러볼 정도다.
아싸보험, 치토스보험, 아리랑생명 등으로 불리는 회사도 마찬가지다. 에이스보험처럼 에이스침대, 에이스 크랙커, 골프장 회원권을 거래하는 에이스 회원거래소와 같이 강한 브랜드에 눌리는 듯한 느낌을 보이는 사례도 있다.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소나타 자동차는 ‘소나 타는 자동차’라고 우스갯거리가 되기도 했으며 K9은 영어권에서 ‘개같은‘ 이라는 뜻의 canine과 발음이 똑같아 현지에서 거부감이 들수 있다는 지적을 받곤했다.
한편 회사이름을 변경하여 회사가치를 올린 기업도 있다. 삼성생명은 1989년 7월 기존 6개사의 과점체제에서 33개사의 경쟁체제로 전환하자 과감하게 동방생명이란 이름을 버리고 회사이름을 변경했다.
32년간 쌓아 올린 명성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아 임직원들의 내부반발도 있었지만 옛날 회사명의 인지도 등이 단기간내에 새회사로 이전되었다. 삼성그룹이라는 후광효과를 제대로 활용한 사례로 꼽히고 있다.
한화그룹은 10월 9일부터 대한생명을 한화생명으로 회사명을 변경했다.
한화손해보험, 한화자산운용, 한화저축은행, 한화투자증권, 한화인베스트먼트 등과 '한화금융네트워크'라는 이름의 금융계열사 통합마케팅을 추진할 예정이다. 한화그룹은 대한생명 인수 10년 만에 한화생명으로 이름을 바꾸는 만큼 사명통합에 따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생명존중’, ‘이웃사랑’이 업의 근본인 생명보험회사의 이름에 인명을 살상하는 제품을 생산하는 ‘한국화약’의 이름을 따서 ‘한화생명’으로 변경하는 것은 어쩐지 께름칙해 보인다.
[약력] 삼성생명 부장, AIG생명 부장, GE캐피탈코리아 이사, 에이스(뉴욕)생명 전무, 조세일보 전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