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회사에는 보험업계만의 독특한 직종이 있다.
뮈니뭐니해도 첫 번째는 보험설계사.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삶 앞에 놓인 위험을 인지하지 못하고 살아간다. 따라서 이에 대한 준비도 소홀하다. 보험설계사들은 각종 방법으로 이러한 위험을 환기시켜서 보험에 가입하게 함으로서 위험에 대비하게 한다.
이들은 자기가 모집한 보험계약 실적에 비례하여 수당을 받는 독립사업자이다. 따라서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납부한다. 소위 ‘특수형태 근로 종사자’라 부른다. 학습지 교사, 골프장 경기보조원, 콘크리트 믹서차·덤프트럭 운전기사, 퀵서비스직 등과 같이 분류된다.
근로자가 아니어서 4대보험 가입대상에서 제외되어 왔다. 그러나 산재보험만큼은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독특한 근로자이다.
다음으로는 계약사정인이다.
‘언더라이터’라고도 불리며 설계사 등이 모집하여 온 ‘청약’을 피보험자의 건강상태, 직업, 흡연/음주 여부, 가족력 등을 참고하여 보험사가 인수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직종이다.
때로는 체리피킹(cherry picking)이라 하여 우량한 피보험체만 인수함으로서 원성을 사는 경우도 있다. 반면 특정 경계지역 지정(red lining)이라 하여 저소득층 지역 거주자의 청약을 거절하기도 한다.
보험금지급 부서도 보험사만의 직종이다.
사망, 입원, 수술, 만기 등 약관에서 정한 보험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보험금지급 신청서를 접수하여 보험금지급 사유가 타당한지 심사한 후 지급여부를 결정한다.
통상 접수된 건 중 면책기간이 경과한 경우 등 90%이상은 조사 없이 지급하고 나머지는 조사 후 지급한다. 진단을 받은 계약은 면책기간이 1년이다. 무진단계약은 2년이다.
보험회사는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중요한 사항에 대하여 사실과 다르게 알렸을 경우에 이 기간 동안에는 그와 관련된 사유로 보험사고가 발생하면 보험금을 지급 하지 않는다.
보험금 지급부서는 산하에 계약조사부서를 운용하는 곳이 많다. 보험가입 후 단시일내에 보험사고가 발생하는 등 의심스러운 보험사고가 접수되면 보험사기 또는 자살사고가 아닌지 등을 조사하게 된다.
결과에 따라선 당국에 신고하거나 관련 보험계약을 해지한다. 통상 가입 후 2년 이내에 자살 시 이미 납입한 보험료를 지급하고 관련계약은 해지 처리한다. 2년 경과 후 자살한 경우에는 일반사망 보험금을 지급한다.
이들은 ‘시신찾아 삼천리’라고 할 만큼 전국을 돌아다니며 병원의 진료기록 등을 검토하고 사망원인 확인 등의 어려운 업무를 수행한다. 수사기법을 동원해야 하기 때문에 최근에는 전직 경찰관을 위촉하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보험계리인을 들 수 있다.
이들은 수학, 확률, 통계적 방법을 응용하여 보험료를 책정하고 평가, 진단, 산출한다. 사망률, 사고, 질병, 장애 및 퇴직률 등을 판단하고 각종 통계를 작성, 분석한다.
여기에 금리, 영업비용, 회사이익 이익 등을 고려하여 보험 상품을 개발하고 향후 지급해야 할 보험계약준비금을 산정한다.
보험업의 기본은 상부상조 정신이다. 가족의 사망 등에 따라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타인이 낸 보험료로 형성된 보험금을 지급받음으로서 가족의 평안을 유지하는 원리로 운영된다. 따라서 정부가 보험료의 소득공제, 보험금의 금융재산 상속공제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 보험사도 비록 주식회사 형태를 띄고 있기는 하지만 보험업의 특성을 감안하면 회사이익만 집착할 게 아니라 보험계약자 이해 및 공익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약력] 삼성생명 부장, AIG생명 부장, GE캐피탈코리아 이사, 에이스(뉴욕)생명 전무, 조세일보 전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