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달러 환율이 하락폭이 확대되며 1100원대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대외여건상 이 같은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경기침체로 수입량이 줄어 발생하는 이른바 '불황형' 경상수지 흑자 현상이 지속되고, 국제 신용평가사의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의 양적완화(통화량 증가) 정책 시행으로 국내 외화가 지속적으로 유입될 여지가 높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환율하락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해 물가안정과 설비투자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반도체, 자동차, 휴대폰 등 대기업 주요 수출 품목 이익률을 떨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24일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 김민정 연구위원은 '원/달러 환율 1100 붕괴와 파급영향'이라는 현안분석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분석결과를 제시했다.
보고서는 "최근 대외여건상 원/달러 환율이 1100원 아래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고, 만약 1100원 이하로 내려가면 심리적 요인으로 환율 하락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환율하락 현상은 수입 자본재 가격을 낮춰 기업의 설비투자 확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수입물가 하락으로 생산자·소비자물가를 안정시키는 데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평가됐다.
다만 수출기업의 경우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환율 절상률만큼 수출가격을 높이지 못해 이익률이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연구원이 환율변화가 수출품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파급력을 계량모형의 일종인 '환율전가율'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전체 공산품 환율전가율은 –0.21로 집계됐다. 이는 원/달러 환율이 10% 변화할 때, 공산품 수출가격이 2.1% 변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반도체, 자동차, 휴대폰 등 대기업들의 주요 수출 품목의 환율전가율 분석결과, 반도체(-0.66)보다도 자동차와 휴대폰(-0.21)의 환율전가율이 낮아 환율하락으로 손실 폭이 더 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환율전가율이 낮을수록 환율하락에 따른 수출가격 변동폭도 낮아져 기업이 수출을 위해 생산된 제품의 채산성은 더욱 악화된다는 평가다.
김민정 연구위원은 "정부는 환율 급변동에 따른 수출기업 채산성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미세조정 등 환율안정화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으며, 기업도 환율변동에 민감하지 않은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하고 품질·브랜드 개선을 통해 가격경쟁력에서 탈피해 수출확대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